여가 채움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여가’는 일 하는 도중 잠시 난 짬‘을 의미한다. 당연히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발생은 분산된다. 무엇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SNS를 보고, 동영상 사이트를 방문하며, 실시간 검색어 랭킹을 보는 가 보다.


오늘날의 여가 생활은 관심사가 기준이라 한다. 혼자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 생각된다. 계절, 나이, 성별 등의 기준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한다. 개인의 취미나 자기 개발이 중심을 이룬다고 한다. 과거의 여가 생활은 놀이 중심이라고 한다. 여러 사람이 모였고 계절, 나이, 성별 등에 따라 활동이 구분되었다고 한다.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고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어떤 여가 생활을 보낼 것인가? 짬이 날 때마다 다른 활동을 하여 다양한 활동을 즐기거나 필요를 충족하는데 사용할 것인가? 분산되고 한정된 시간들이지만 단일 활동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단일 활동에 집중하더라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다양한 활동이 주는 장점의 일부를 반영할 것인가?


요즘 생각하는 주제는 언어 학습이다. 여가를 어학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자신의 부서가 해외 영업 혹은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대기업은 어학 시험 성적이 인사에 반영되니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학습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언어 학습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리라 본다. 상기 업무 상 필요라는 사유도 물론 있을 것이다. 여행의 경우, 필요한 정보를 현지인처럼 취득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면 여행은 한층 즐거울 것이다. 카페에 앉아 ‘파이 이야기’를 원서로 읽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그 책 재미있어! “라고 툭 말을 던졌다. ”오! 읽어봤어? “(영어라서 반말처럼 해석했음), ”응“으로 대화는 종료됐지만, 함께 간 동행 안에 갇혔던 여행의 폭이 순간 넓어졌다. 여행에 가서 궁금한 것을 인터뷰하는 데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주 잠시 이었지만, 뉴요커가 된 기분이었다. 독서가 취미인 사람은 번역서가 아니라 원서를 바로 읽고 원저자의 표현을 즐길 수도 있겠다.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자료를 파악하기 위해 언어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아마존에서 도서를 구입해 본 경험이 있다 보니, 언어만 원활하면 수입되고 번역되는 시간이 필요 없을 것이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잡지를 원서로 보기도 할 것이다. 1년 만에 일어를 마스터하고 친구들의 현지 통역사 역할을 했던 누나의 경험을 보면, 일본 패션 잡지와 문화 잡지를 어느 순간부터 교재처럼 끼고 살더라. 외국어 학습 시 관심사의 잡지나 서적, 영상을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반증이었다. 문화를 애호하는 사람들은 국가 단위로, 혹은 관심사 단위로 문화권에 참여하기 위해 언어를 학습할 지도 모르겠다. 문화권에 참여하는 좋은 방법은 2~3 개월 이상 체류하는 것이다. 유학, 어학연수 등 다양한 체류 기회가 있다. 필자처럼 차도, 저축도 모두 정리하고 날아가는 경우도 있을까? 현지의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현지인 혹은 현지 방문인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진다. 이것저것 다 접고, 여행 가서 멋진 레스토랑에 앉아 현지인처럼 주문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도 좋은 학습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왜 여가 생활을 언어로 채우려 하는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타 언어에 익숙해지려 하는가? 영한 번역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여가 생활을 언어로 채운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일 외의 영역에서 해당 언어의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내 취향에 맞게 원서를 스스로 선택해 읽고 싶다는 바람이다.


만화, 영화, 음악, 독서 등 번역 매체를 통해 증가된 관심이 해당 문화권의 실생활에 관한 관심으로 전이 확대됐다. IPTV를 통해 일본, 중국, 영국, 미국의 뉴스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방영된다. 히스토리 채널, 디스커버리 채널 등도 관심 가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BBC 다큐멘터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피 피플의 프로그램들은 어떤가?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필자에게는 흥미 가득한 분야다. 방영되는 프로그램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방송의 사이트에 가서 직접 골라 보고 싶은 바람이다.


이러한 태세 전환은 다른 의미도 있다. 기존의 유통망에서 이탈하겠다는 의미 말이다. 기 형성된 문화 공급 망에서 벗어나 자신의 리듬으로 문화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기존 공급 망은 나에게 너무 박하다. 관심사 관련 작품을 잊을 만하면 주는 리듬이다.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선구안일 것이다. 다만 나는 여가 시간을 혼자 알차게 소비하고 싶을 뿐이다.


미국 드라마의 대본을 구하거나 영어 자막으로 본다. 아직은 음성보다 텍스트가 더 친근하기 때문이다. 영어권 음악은 가사를 보며 듣는다. 잡지를 웹 사이트에서 본다. 관심 주제의 SNS 계정을 following 한다. 학습이 아니라 내가 즐기는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공부하듯, 도를 닦듯 인내와 끈기를 발휘하지 않고,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관심사의 충족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이 발로이니, 즐겁게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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