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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용히 Mar 15. 2022

엄마가 코로나에 걸려서 미안해

이런 호캉스는 절대 싫어

사랑하는 아가야, 어제 하루 못 본 건데 너무 보고 싶었어.

자가 키트 두 줄을 보자마자

두 돌 된 아기를 시댁에 피신 보내고

양성인 나는 안방에 홀로, 남편은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아파서 못 보는 거라 생각하니 뭐 이리 마음이 절절한지.

누워서 짜니 걱정밖에 할 게 없어서 그랬는지.

짜니는 지금 뭐해?

짜니 점심은 먹었어?

짜니 잘 시간 아니야?

열은 안나? 밥은 잘 먹어?

엄마가 아파서 못 만나는 거 말해줬어???

코로나 달고 와서 아픈 주제에 귀찮게 굴어도

상냥하게 다 들어주고 대답해주는 남편아 미안하고 고마워.

나는 오빠 갑상선 수술할 때 나 고생시킨다고 엄청 심술부렸는데

(그땐 짜니도 열나고 오빠도 아프고 이래저래 일이 많긴 했잖아)

단 한 마디의 탓도 하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마워.

짜니야

엄마가 아파서, 엄마 몸에 코로나 벌레가 있어서 미안해.

직접 만나서 뽀뽀하고 안아주고 마구마구 사랑해줘야 하는데 못해줘서 미안해.

어제 하루 종일 할머니네 있다가 오늘 겨우 집에 왔는데

현관에서부터 엄마 엄마 신나서 부르면서 왔는데

엄마가 베란다 창문으로만 인사해서 너무너무 속상했지?

그래서 엄마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문 열고 짜니한테 가버렸어.

문 열리자마자 헤 웃고 엄마- 애틋하게 불러주고

엄마 등 토닥토닥해줘서 엄마 눈물이 고였었어.

마스크 두 겹 끼고 일회용 장갑 끼고 아파서 그렇다며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그냥 옆에만 조금 있었는데 평소처럼 중장비 놀이하자고 보채지도 않고

상황을 다 이해하는 건지, 알아서 놀아줘서 고마워.

몇 분 있었나 목이 조금씩 따끔거리는 느낌에 놀라서 방으로 들어가려고

엄마 아파서 방에 들어가 볼게. 빨리 나아서 짜니 다시 안아줄게.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줘”

했더니 속상한지 대답 않고 애꿎은 포클레인만 굴리다가

엄마 봐줘- 하니 그제야 씨익 웃고 네- 대답해주고 다시 다른데 보고

뒤돌아서 방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엄마 없네? 엄마 방에 갔지. 포크가.. 굴러서 여기로 왔지..” 혼잣말로 놀아줘서 고마워.

목욕물 다 받고 온 아빠가 목욕하자니까 순순히 가줘서 고맙고

둘이 깔깔 웃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목욕해줘서 고마워.

둘이 욕실에 있는 동안 나는 마스크 두 겹 쓰고 장갑 끼고 소독제 바르고

거실 내가 만진 모든 것에 소독 스프레이 뿌리고

짜니 씻고 나오면 입을 옷, 침구, 기저귀, 우유, 칫솔 다 준비해두고

아빠랑 아기랑 히히 하하 웃으며 목욕하는 소리 좀 녹음해두고

다시 쏙 방 안으로 들어와 거실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엄마! 엄마? 엄마 없네?! 엄마아...힝...

하다가 이내 아빠랑 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엉엉 떼쓰고 울지 않아 줘서 고마워.

내가 코로나 걸려서 미안해.

한편으론 금방 낫는 병이니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앞으로 절대 아프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혼자 누워 보는 핸드폰 사진첩 속 일상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같아 보이는 거 있지.

매 순간 감사할 일들 뿐이고 우리 삶은 너무나 아름답네.

빨리 나아서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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