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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용히 Jan 25. 2023

바보짓을 해도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오늘은 진짜 바보 같았다

어젯밤 짱이 열이 39.5라 밤을 샜다.

다행히 미리 병원을 예약해 뒀다.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미친듯한 순발력과 집념으로 성공한 거다.


그런데, 막상 날이 밝으니

짱이 컨디션이 꽤 팔팔해졌다.


이미 어린이집은 안 갔겠다,

오전 시간은 많이 남았겠다,

그래! 지금 짐 싸서 병원에 가보자!

하곤

바보처럼

열심히 성공한 오후 예약건을 취소해 버렸다.

(내가 왜 그랬지? 예약은 일단 남겨둘걸

밖에 나가고 싶어서 눈이 먼 거다)

ㅋㅋㅋㅋㅋㅋ

막상 병원에 도착하니

오전 진료 접수는 끝났다고

점심시간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단다.


너..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니?

점심시간 40분 전이면 접수 가능할 줄 알았니?

그래, 그동안 짱이가 좀 안 아팠지?

감도 잃고 정신도 놓고

도무지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가네?


"짱아.. 너무 미안해

엄마가 실수해서 좀 오래 기다리게 됐어"


"왜애-? 난 집에 가고 싶은데"

(날 닮아 파워 E인 녀석이 집에 가고 싶다는 건

엄청 몸이 피곤하다는 말인데..)


"너무 미안해. 엄마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

장수풍뎅이 보여줄래?"


"어 그래! 카페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다렸다가

일등으로 진료받고 집에 가자"

미안해 고마워ㅠㅠ

다른 직업이랑 육아를 비교했을 때

이 일의 최대장점은

co-worker 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다는 것.


직장에서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면

이렇게 따듯한 위로와 배려받기 힘들었을 텐데

이런 터무니없는 바보짓을 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줘서 정말 고맙다...


나도 네가 사춘기쯤 돼서

정말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그게 나에게 해가 되더라도

오늘을 기억하며 별것 아닌 듯 넘어가줘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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