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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Oct 27. 2017

에펠탑만을 위한 하루와 기숙사 칩거

바르셀로나에서 예진이가 왔다!

2016년 4월 22일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예진이와 파리에서 만나기로 한 날. 




당일치기긴 하지만 사실 예정에 없던 여행이라 돈을 많이 쓸 수 없었다. 이제 와서 TGV를 예매하려니 시간대도 맞지 않고, 아무리 싸게 가려고 해도 5-60€는 내야했다. 결국 하루 왕복 3€ 짜리- 지옥의 메가버스를 타기로 했다.

처음 타는 건 아니지만 첫 메가버스가 너무 안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냄새나고 좁고 멀미나고 덩치가 좀 있으신 옆사람과 골반이 닿아 땀이 차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침 7시차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저번 차보다 시설도 좋았다! 깨끗하고, 멀미도 거의 안났다. 편도로 4시간 반은 걸려서 불어 공부를 좀 하려고 했는데 전날 잠을 못자서 계속 잠만 잤다. 가끔 일어나면 풍경 구경을-

결국 Bercy역에 도착해서 메트로를 타고 Trocadéro 역으로 갔다! 처음 파리 왔을땐 티켓이랑 나비고 사는 곳 구분도 못해서 헤매고, 짐 털릴까봐 쫄아서 사람들 째려보며 경계했었는데 ㅋㅋㅋ 이젠 나 프랑스인이에요~스러운 표정으로 연기를 하며 여유롭게 표도 끊고 composter 하고 잘 다닌다.

미리 와 있었던 예진이와 Trocadéro에서 극적 상봉 ! 작년 12월에 한국에서 본게 마지막이었는데 이후에 처음 보는 것이다. 얼마나 반갑던지... 고등학교 친구를 파리 지하철역에서 5개월만에 보다니!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에펠탑 구경이었다. 그래서 Trocadéro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고, 바로 나가서 에펠탑 구경을 했다. 1월엔 여기가 아니라 반대쪽 광장으로 가서 에펠탑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엔 맞게 왔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쩔 수없이 사진들은 모두 흐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줄서는 사람들




언젠간 타보고 싶은 회전목마를 지나


에펠탑 너머로 걸어가 본다.


에펠탑 밑에 서있으니 그 크기가 더욱 웅장했다. 멀리서보면 콩알만한데, 이렇게 크구나.



강을 건너, 에펠탑 아래를 지나 계속 걸어오다 보면 이런 잔디밭이 나타난다.



1월에는 야경만 봐서 몰랐고
Trocadéro에서 봤을땐 그냥 딱 철근 회색 색깔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황토빛도 좀 난다. 모파상이 왜 그리도 에펠탑을 혐오했는지 약간은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우며 나에게 가장 강한 인상인 랜드마크다.


프렌치 키스 중이셨던 프렌치 부부-



여기 공원엔 커플들이 엄청 많다. 생제 커플티를 입고 있는 한국 커플도 있었고! 다들 서로를 정말 사랑하는게 보였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느끼는 거지만 프랑스인들은 거리에서 서슴없이 사랑을 표현한다. 보기 좋고 참 아름답다. 사진 속 저 부부는 정말 특이한 색의 꽃이 잔뜩 핀 곳 앞에 앉아서 프렌치키스 중이었다..너무 아름다웠다. 저 나이때도 저렇게 진심으로 열렬하게 사랑할 수 있다니..




하루를 오로지 에펠탑에 바치기로 한 우리는 에펠탑 앞에서 즐기기로 했다. 파리에서 유일하게 감흥있는 것이 에펠탑인 나에겐 적격! 오래오래 에펠탑만 보고싶었는데 드디어 그 소원을 성취했다. 파리는 사실 엄청 자주 오는데- 쇼핑하거나 비행기/기차를 타러 오는 곳이라 '관광'으로 파리를 찾은 것은 이번이 겨우 두번 째다. 한국 가기 전에 한 번 더 4박 5일 여행할거지만! 


근처 U express에 가서 쿠키랑 주스 사들고 다시 에펠탑으로 왔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먹으며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여기서 페탕크 하는 아저씨들도 봤다!!! 우리과에서 학기마다 하는 페탕크 경기ㅡ난 한번도 참여 하지 않았지만ㅡ




간식도 다 먹고 점점 비도 오는데다, 버스 시간이 다가와서 자리를 떴다. 메트로 타고 다시 Bercy로 가서 근처 불랑제리에서 샌드위치를 사고 메가버스 역으로 갔다. 길거리가 공사 중이라 길을 헤맸는데, 프랑스인 또래가 도와줘서 무사히 길을 찾았다. 담배피면서 '나도 거기가는데 따라와' 라고 했던 쿨하고 시크했던 그 친구...


버스에 올라타 출발 전에 샌드위치를 먹고 잤다. 버스 내부가 더워서인지 중간중간 깨기도 했다. 한시간 정도 남았을땐 그냥 일어나서 예진이랑 수다를 떨었고 그새 앙제에 도착했다. 내려서 1S 버스를 타고 에스꺄에 내려 기숙사로 갔다- 이렇게 길고 긴 하루가 끝났다! A bientôt Paris!





4월 23일


어제 여행의 여독때문일까, 우리는 기숙사안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점심은 삼겹살 김치볶음, 간식으로 원영이가 만들어준 치즈수플레, 저녁 겸 야식으로 소시지 야채볶음을 먹었다.


밤엔 보영언니랑 원영이가 놀러와서, 넷이서 카드 게임과 빙고게임을 했다. 그러면서 cointreau 한 병을 다 마셨고, 또 수다떨고 노느라 아침 8시에 잠에 들었다..!


앙제 명물 Cointreau




4월 24일


당연히 아침 8시에 잠들었기 때문에 오후 세네시 쯤 일어났다. 식사는 연어샌드위치로 결정!


스프레드 바르고 오이 + 샐러드 야채 + 연어 + 토마토 얹기-

저녁으론 쌀국수 포를 풀어서 버섯 전골 해먹었다! 이야기하고 놀다보니 또 밤이 늦어졌고 ... 두 시간을 잤다... 정말 기숙사 안에서 이틀을 내리 놀고 먹었다. 프랑스까지 왔는데, 내가 사는 앙제까지 왔는데, 좁은 기숙사 방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니! 조금 어이가 없지만 우리 딴엔 참 알차게 좋은 시간을 보냈다.




4월 25일 ; 예진이가 다시 스페인으로 떠나는 날.



예진이는 결국 앙제 투어를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ㅠㅠ 기숙사에서 재밌게 놀긴 했지만 관광명소인 샤또도 못데려가서 아쉽다. 그래도 기차역 오는 버스 안에서 창문으로 열심히 구경ㅋㅋㅋ 사진도 열심히 찍은 예진ㅋㅋㅋ
기차역으로 오긴 했지만 그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예진이는 메가버스를 타고 파리로 가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친구끼리 같은 학기에 같은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온다는건 흔치 않은 인연이자 축복이다. 물론 같은 나라가 아니라 (사실 같은 프랑스 내 다른 도시에 지내고 있는 과 선후배들도 잘 못 만난다..) 자주 볼순 없지만 프랑스-스페인이기 때문에 서로의 나라로 이렇게 놀러갈 수도 있다. 난 이주 뒤에 스페인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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