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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무란 Mar 07. 2023

엄마가 된 후 달라진 퇴근 일상

[코로나 새댁의 워킹맘 블루 극복기④] 승진 불발에도 웃는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 못했거든요. 그래도 집에 가서 아이들을 보니 승진 그까이꺼 무슨 의미일까 싶더라구요. 이렇게 귀여운 아기들이 있는데 말이죠."


어느 육아선배께서 말씀하셨다. 승진에서 미끄러졌는데 별 것이 아니라니. 그런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몇달 뒤 알게 됐다.


퇴근길 심호흡을 크게 내쉰다. 오늘 근무시간동안 쌓였던 피로감, 업무 스트레스 모두 큰 호흡과 함께 뱉어낸다. 우리 딸아기가 엄마가 오기까지 기다리는데 피곤 가득한 얼굴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다. 


지하철 퇴근길 바쁜 업무로 미처 보지 못했던 어린이집에서 올려놓은 사진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귀여운 뒷태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퇴근길.

엄마가 된 후 퇴근길이 사뭇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밀린 드라마 보기, 필라테스 학원 가기, 침대로 다이빙해 실컷 자기 등등은 꿈도 못 꾸지만, 그래도 퇴근길은 더욱 흥겹다. 집에 도착하면 딸아이를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를 기다리다 현관문 소리가 나면 달려오는 딸아이를 맞이하는 것도 또다른 육아의 기쁨이다. 


그러다보니 일단 집에 도착하면 직장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생겨났던 걱정거리도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육아 선배들이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말들이 사뭇 이해가 된다. 


물론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끝낸 직후에는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일이 벅찼다. 퇴근 후 엄마에게 달려오는 아기를 달래면서 겨우 재우면 밤 늦게 까지 그 다음날 아기가 먹을 밥을 만들고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야한다. 이거 챙기랴 저거 챙기랴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딸아이는 감사하게도 잘 적응해주었다.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곧 올 것"이라는 건 정확히 알고 있다. 이전처럼 무작정 빨리 재우려고 하지 않고 잠 자기전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여유도 부려본다. 


"오늘 하루 어땠어? 오늘 재밌었어? 엄마 보고싶었어?"
"응! 응!"


18개월 아기라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말귀는 90% 알아듣는다. 그래 오늘 재밌게 놀았구나, 라고 안심하며 잠자리에 눕게 되면 다음날 출근길도 가뿐하다. 오늘 하루 이렇게 아기가 잘 지냈음에도 깊이 감사하게 된다. 왜냐면 복직하는 엄마들이 가장 바라는 건 이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기가 엄마없는 시간 잘 지내는 것.' 


어린이집 생활, 전염병 등등 또다른 걱정이 생기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씩 발전하는 걸 느낀다. 아직 미약하지만 이 워킹맘 라이프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고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점,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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