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댁의 워킹맘 블루 극복기③] 배려가 필요해
"기자실 공용 냉장고에 '모유'가 있어요. 당황스럽습니다."
한 익명 커뮤니티에 누군가 모유를 얼려놨다며 불만섞인 글을 올렸다. 모유가 '민망하다'는 표현과 함께 왜 올려놨는지 모르겠다며 모유를 얼려놓은 워킹맘 기자를 지적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출산 후 100일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쳤다. 나는 다른 산모에 비해 모유가 '평균 이하'로 잘 나오지 않는 편이었는데도 매번 모유로 잠옷이 젖었었다. 제대로 짜놓지 않은 탓이다. 모유가 적정선으로, 즉 평균치 정도로 나오거나 아니면 그 이상 나오는 산모들은 꾸준히 3~4시간에 한번씩 모유를 짜줘야한다. 안그러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젖몸살에 걸리기 쉽상이다. 당연히 모유가 흘러나와 옷이 젖는건 다반사다.
그나마 나는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쓰며 집에서 몸조리를 했다. 그런데 저 워킹맘은 출산 후 몸이 성치 않은채로, 일터에 나온 것 아닌가. 자의든 타의든 이건 확실하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을 것이다. 자의라면 대단한 용기고, 타의라면 안타까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 이제 갓 태어난 아기 걱정도 했을텐데 순간 감정이입이 되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워킹맘을 향한 시선이었다. 출산 후 짧은 휴가를 보내고 온 엄마 직장인에게 지적보다는 배려의 시선을 보낼 수는 없었을까. 아니, 최소한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넘어가줄 수는 없었을까. 단지 모유 팩으로 공용 냉장고 자리가 일부 채워져 불편하다는 점 하나로 뒷담을 듣기에는. 그 분은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모든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모유에 대한 선입견도 남아있는 듯 하다. 모유는 엄마의 가슴에서 나오는 민망한 액체이며 '암묵적으로 보이지 말아야' 할 그런 것일까. 우리 대다수는 모유를 먹고 자랐다. 모유는 아기가 태어나 처음 먹는 고영양 음식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젖몸살, 유축을 해야하는 엄마의 수고로움이 더해져 아기에게 전해진다. 엄마는 이 과정이 고되지만 그래도 모유를 먹는 아기를 보면 행복해 한다. 이 과정을 안다면 모유를 민망한 액체로 여기지는 못할 것 같다.
출산휴가 3개월동안에는 직장에서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육아휴직 기간동안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육아급여 최대 150만원이 전부다. (물론 회사 복지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않은 워킹맘을 산후조리도 끝내지 못하고 일터에 나선다. 엄마들이 마음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