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댁의 워킹맘 블루 극복기④] 승진 불발에도 웃는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 못했거든요. 그래도 집에 가서 아이들을 보니 승진 그까이꺼 무슨 의미일까 싶더라구요. 이렇게 귀여운 아기들이 있는데 말이죠."
어느 육아선배께서 말씀하셨다. 승진에서 미끄러졌는데 별 것이 아니라니. 그런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몇달 뒤 알게 됐다.
퇴근길 심호흡을 크게 내쉰다. 오늘 근무시간동안 쌓였던 피로감, 업무 스트레스 모두 큰 호흡과 함께 뱉어낸다. 우리 딸아기가 엄마가 오기까지 기다리는데 피곤 가득한 얼굴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다.
지하철 퇴근길 바쁜 업무로 미처 보지 못했던 어린이집에서 올려놓은 사진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엄마가 된 후 퇴근길이 사뭇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밀린 드라마 보기, 필라테스 학원 가기, 침대로 다이빙해 실컷 자기 등등은 꿈도 못 꾸지만, 그래도 퇴근길은 더욱 흥겹다. 집에 도착하면 딸아이를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를 기다리다 현관문 소리가 나면 달려오는 딸아이를 맞이하는 것도 또다른 육아의 기쁨이다.
그러다보니 일단 집에 도착하면 직장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생겨났던 걱정거리도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육아 선배들이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말들이 사뭇 이해가 된다.
물론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끝낸 직후에는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일이 벅찼다. 퇴근 후 엄마에게 달려오는 아기를 달래면서 겨우 재우면 밤 늦게 까지 그 다음날 아기가 먹을 밥을 만들고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야한다. 이거 챙기랴 저거 챙기랴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딸아이는 감사하게도 잘 적응해주었다.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곧 올 것"이라는 건 정확히 알고 있다. 이전처럼 무작정 빨리 재우려고 하지 않고 잠 자기전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여유도 부려본다.
"오늘 하루 어땠어? 오늘 재밌었어? 엄마 보고싶었어?"
"응! 응!"
18개월 아기라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말귀는 90% 알아듣는다. 그래 오늘 재밌게 놀았구나, 라고 안심하며 잠자리에 눕게 되면 다음날 출근길도 가뿐하다. 오늘 하루 이렇게 아기가 잘 지냈음에도 깊이 감사하게 된다. 왜냐면 복직하는 엄마들이 가장 바라는 건 이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기가 엄마없는 시간 잘 지내는 것.'
어린이집 생활, 전염병 등등 또다른 걱정이 생기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씩 발전하는 걸 느낀다. 아직 미약하지만 이 워킹맘 라이프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고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점,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