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댁의 워킹맘 블루 극복기②] 갑자기 연차를 내야할 때
"왜 이렇게 안하는 실수를 하니?"
회사 선배에게 결국 한 소리를 들었다. 자잘한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
정신머리가 하나 빠져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복직 후 처음 겪어보는 육아-회사 병행생활. 처음 겪는 생활이라 그런지 훈련병처럼 어리버리하고 미숙하다.
출산하기 전과 다른 생활이 반복된다.
퇴근을 하면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자마자 딸아이와 인사를 하고 바로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을 먹고자 식탁에 앉으면 딸 아이가 무릎에 앉겠다고 귀여움을 떤다.
저녁을 다 먹으면 설거지. 그리고 청소. 청소가 끝나면 아기와 놀아주다 목욕준비를 하고 재운다.
그렇게 하면 9시 정도가 되는데 이미 취미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몸은 천근만근.
자는 와중에도 새벽에 아기가 깨는 바람에 수면의 질은 떨어진다.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 몸은 적응하니까.
문제는 아기가 아프면 정말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보통 아기가 열나거나 아프면 3시간에 한번씩 열을 체크하며 불침번을 서야한다. 그래서 수면의 질은 평소보다 더 악화된다.
또 시댁이나 친정에 SOS콜을 쳐야한다. 어린이집 등원을 못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와중에도 아기가 걱정돼 자꾸 집에 전화를 하거나 홈캠을 켜본다. 정신이 다른 곳에 가있는 셈이다.
결국 연차를 썼다. 미열에 그쳤던 아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져서다. 복귀후 부서 발령난 지 얼마되지 않아 팀원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기가 제일 우선이니까.
병원을 가니 수족구란다. 처음 겪어보는 39도대 고열. 코로나가 아니라서, 또 수포가 생각보다 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워킹맘은 죄책감을 가지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가 아프니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졌다. 일을 나가 아기를 잘 돌보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웠다. 집에 있었으면 어린이집 갈 일도 없고 수족구 균이 옮겨 붙을 일도 없었을테니까.
아기가 완쾌되고 회사로 출근했다. 팀에 오자마자 '자리를 비워서 죄송하고 배려해줘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워킹맘은, 아기에게도 회사에게도 마음을 빚지는 기분이다. 책임감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그렇다. '하루 전 혹은 당일 연차 내기'는 당연히 팀에 미안해야할 일이다.
마음도 몸도 힘들지만 워킹맘들은 회사에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나는 회사에서 엄마가 아닌 그냥 나다. 상사는 나를 엄마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냉험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 매일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척 한다.
그렇게 팀 업무를 더 많이 떠안으려고 한다. 갑자기 연차를 내야할 때를 대비해야하니까.
복귀하고 난 뒤 그렇게 돌치레를 했던 우리 딸아이는 정말 감사하게 씩씩하게 견뎌냈다. 엄마도 씩씩하게 견뎌내보자. 엄마가 일을 해야하는 이유, 마음속에 새기며 그날 하루도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