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댁의 워킹맘 블루 극복기①] 온전한 나를 위한 도화지 한 장
"아기를 낳는 순간 내 삶에 입신양명(立身揚名)은 없어."
출산을 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사이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워킹맘은 다르다. 이직 제의가 들어와도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아기를 키우는 데 편한 곳일까', '우리 아기가 아플 때 잘 봐줄 수 있는 회사인가', '퍼포먼스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등 수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머리를 탕 하고 때린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다' 라는 간단한 문장에 많은 마음들이 녹여져 있다. 단순히 일만 잘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육아도 일도 모두 다 잘 해야한다. 딸이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징징대는 날이면 엄마의 부재 때문은 아니었을까 화살은 언제나 내 자신으로 향하게 된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실수가 있는 날이면, 왜 이런 사소한 실수를 자꾸 했을까 나를 탓하게 된다.
그래서 이직이 쉽지 않다. 두 가지 모두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 예전과 달라진 자신감 때문이다. 연봉을 더블로 주는 곳이 아니라면 연차를 잘 낼 수 있고 아기를 잘 돌볼 수있는 복지 좋은 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 안정을 찾아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그렇게 제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 보면 입신양명을 향해 나아가는 동료들이 보인다. 같은 라인에서 출발한 친구들 일부는 이미 두어차례 점프를 하며 이직에 성공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친구들이다.
안정을 찾아 제자리 걸음을 하는 나를 돌아본다. 아기와 가정이 있어서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내 꿈이 멀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왠지 모르게 이토록 허탈한 마음이 느껴지는 이유는 출산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라, 그리고 과거에 전혀 겪어보지 않은 감정이라 그렇다.
워킹맘 친구는 "아이를 낳는 순간 입신양명은 접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쉽지 않다. 아기를 덜 사랑한다는 게 아니다. 아이는 내 삶의 최우선 순위가 돼 버렸다.
다만 내 삶이란 도화지가 여러 장이 있다면, 한 장은 온전히 나를 위해 그리고 싶거든. 그래야 내 딸이 30년 뒤 하고싶은 일이 생겼을 때 임신 출산 육아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그렇게 보여주고 싶다.
출근길. 매일 같았던 일상이었던 출근길이 육아 휴직 이후 달라졌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