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댁의 코로나 블루 극복기⑨] 육아를 잘 하고 싶은 엄마의 심리
"직장인이다가, 엄마가 되니 적응 힘들지 않니?"
출산 예정일보다 2주 빨리 아기가 찾아왔다. 2주 간의 꿀같은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아기와 함께 집에 오니 정말 엄마가 됐다는 게 실감이 난다. 서툴기만한 기저귀 갈이, 옷 입히기에 진땀이 났지만 그래도 아이를 보면 행복했다.
코로나19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중이었다. 친정엄마가 와서 육아를 도와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낯선 육아에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50일이 지나니 몸이 점차 적응됐다.
낯선 건 '집콕' 생활이었다. 출근 준비로 바빴던 아침이 달라졌다. 아기가 일어나면 분유로 배고픈 딸아이를 달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옷 매무새를 보고 화장을 하던 나는, 눈꼽 뗄 새도 없이 아이를 달래며 집안 청소를 한다. 직업 특성상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근무 장소도 여의도, 을지로, 시청 매일 여기저기 다녔던 터라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괴롭힌 또다른 감정은 죄책감이 버무러진 무기력함이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8년 동안은 일을 쉰 적이 없었는데 육아와 집안일이 주업무(?)가 되니 모든 것이 서툴었다. 회사 생활에서는 자존감이 꽤 높았다. '수고했다'라는 말 한마디라도 회사동료에게 들으면 저절로 높아지는 게 자존감이었다.
하지만 육아는 다르다. 엄마도 육아가 처음이라, 그 단순한 분유타는 것마저도, 모든 것이 서툴다.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건 묻지도 따지도 않고 당연한 일인데 , 이 당연한 과정이 초보엄마한테는 쉽지 않다. 오늘 하루 평온한 날이었다면 그건 엄마가 무사히 육아 미션을 잘 완료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수고했다'고 얘기 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아기는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오늘 하루 아기의 찡찡거림이 유독 심하다거나, 실수라도하면 이러한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나는 왜 이렇게 육아를 차분히 못하지?' '나 때문에 아기가 힘들겠어' 라며 화살을 나한테 돌린다. 당연한 일도 못하는 엄마가 되는, 자존감이 낮아지는 순간이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극복을 해야하는데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바깥 바람을 쐬며 등산이나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비록 코로나 시국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집콕을 해야하지만.
계속되는 악순환에는 돌파구가 필요한 법이다. 오늘의 감정을 글로 남기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조금이나마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내 자신을 칭찬해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심적 변화라고 한다면 엄마의 삶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엄마의 삶을 직접 겪어 보니 알게 됐다. 엄마들만 아는 무언의 감정선이 있는데 그건 엄마가 되어야만 공감할 수 있는 듯하다. 그래서 육아 동지란 말이 있지 않은가. 육아 선배들에게 하소연 한 통화만 해도 위로 받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에게도 이 글이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