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댁의 코로나 블루 극복기 ③] 첫 스텝은 내 마음 돌아보기
상사의 '임신계획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은 뒤 며칠간 멍했던 것같다. 무심코 던진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깊게 박혔던걸까.
퇴근 후 남편과 함께한 저녁, 나도 모르게 상사 얘기가 튀어 나왔다. 솔직담백(?)한 상사욕부터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가야할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다가 남편의 무심한 한마디.
무란아, 그런데 상사가 임신계획을 물어보는 건 아직 요즘시대엔 현실인 것같아. 몇십년이 지나면 좀 바뀔까.
울컥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야해? 우리 업계만해도 최종면접에 10명이 올라가면 9명이 여자야. 실제로 일도 여자들이 잘 하는 경우가 많아. 불합리하다면 우리세대라도 이제부터 생각을 고쳐먹어야지. 현실이라고 순응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남편이 상사여도 여성 부하직원에게 그런 질문 할꺼야?
남편은 내가 꽤 예민한 상태라고 생각했나보다.
난 그렇진 않겠지. 하지만 어떤 상사든 빈 자리가 난다고 생각하면 걱정할 수있어. 지금은 무란이가 감정이 올라온 상황이라 그렇게 느낄 수있지만, 조금 마음을 가라앉혀보자. 시간이 답을 줄 수도 있어.
잠시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남초 회사'였던 남편의 예전 직장에서는 통상 면접때 결혼계획은 물론 임신계획까지 묻는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조직이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주변 상황때문에 너무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마음 속에 올라왔던 화가 가라앉았다. 힘든 마음을 꾹꾹 삼키고 있었나보다. 나는 제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일까.
바뀔 수없는 현실이라면, 내가 할 수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워킹맘의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 악과 깡을 버틴다. 출산과 육아와 함께 몰려오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도, 회사서 '업무능력이 좀 떨어진 것같다'란 말을 듣기 싫어서 아득바득 일을 한다. 임신과 출산을 한다면 나에게도 이런 현실이 들이닥칠 것이다. 마음을 어떻게 비워내야할까.
'힘들수록 비워내라'는 말이 있다. 첫번째 스텝으로 내안에 무엇이 있는지 비워야할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알 수없는 감정이 솟아나는 순간, '내가 예민한가?' 라며 나를 향해 채찍을 내밀었던 것같다. 스스로를 토닥이며 내 자신을 꼭 한번쯤은 돌아보기로 마음 먹는다. 지금 화가 난다면, 슬프다면, 아니면 우울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