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새댁의 코로나 블루 극복기⑤] 한동안 글쓰기를 쉬었던 이유
"나, 임신했어"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고 몇주 뒤. '임테기 두줄'을 확인했다.
설레고 두근거려야할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임테기를 들고 남편의 얼굴을 마주하는데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남편에게 임테기를 내미는 순간, 온갖 감정이 올라왔다.
상사에게 이미 '출산계획'이란 단어를 들은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부정적 단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이제 회사에서 밀리는 건가. 건강한 마음으로 아기를 키우고 싶은데, 이런 스트레스로 혹여나 아이에게 영향이 가는 것은 아닐까. 엄마가 될 준비가 된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아이한테 미안해지고 죄책감이 든다."
우선 가장 가까운 팀장에게 임신사실을 알렸다. 팀장과의 대화중 관건은 '부장에게 임신사실을 언제 알릴지'였다. 아직 안정기가 아니라는 핑계를 댔지만, 진짜 속내는 달랐다. 부장의 반응 그리고 이후 후폭풍이 두려웠다. 원하던 팀에 배치된지 몇달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괜한 임신소식으로 혹여나 눈치밥을 먹지는 않을지, 곧 있을 인사에 반영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즈음 출산휴가를 갔던 한 직장선배가 이런 나를 타박했다.
"임신은 축복이다. 너를 이렇게 생각토록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문제다. 괜한 가스라이팅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난 바보같았다. 축복받아야할 순간, 상사의 불합리한 말에 사로잡혀 내 자신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 "임신이 뭐 어때서"라며 당당한 자세로 임했다면, 엄마로서 첫발을 좀 더 행복하게 뗄 수있었을 텐데.
부당한 언행이 당연하듯 여겨질 때, 한발자국 뒤로 서서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앞둔 이들은 더더욱. 엄마가 행복해야 아가도 행복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