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1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월드 투어 공연을 보았다. 이번 공연은 국내 제작진이 작품을 새롭게 기획하고 구성하는 논-레플리카 형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국내 창작진을 중심으로 브로드웨이 배우들을 기용해 월드 투어 프로덕션을 구성한 것이다.
● 국내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은 오리지널 내한 뮤지컬, 라이선스 뮤지컬, 창작 뮤지컬로 나눌 수 있다.
● 라이선스 뮤지컬은 다시 초연 원작 그대로 판권을 구입하여 공연하는 레플리카 라이선스 방식과 대본, 음악 등만을 구입하여 재창작하는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구분된다.
[2017. 5. 10. 한국경제 TV]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월드 투어’, 서울 단일 공연 10만 관객 돌파
배우들의 열연과 폭포수 같은 가창력도 감동적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웅장하고 정교한 무대 세트였다. 무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입체적으로 움직이며 분위기를 전환해 주는데, 뮤지컬이 보여 줄 수 있는 거의 최상급 수준의 세트가 아닐까 싶었다.
사진을 찍고 싶겠지만 물론 사진 촬영은 절대 금지! 무대에 설치된 세트 역시 공연 창작 진의 재산이기 때문에 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뮤지컬 작품 무대에 설치된 무대 세트와 공연 내내 울리는 웅장한 음향 세트, 안무와 가사 등은 외관상 ‘하나의 무대’로 꾸며지는데, 그 창작에 관여한 저작자들은 수십 명에 이를 것이니... 이들의 노력을 각각 분리할 수 있는 것일까?
창작적 표현으로 기여한 것이 없어도 저작권자로 볼 수 있을까
2001년 4월 경부터 2003년 2월 경까지 공연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이 작품 전에는 초연 뮤지컬 작품이 있었다. 1995년 창단된 뮤지컬 컴퍼니에서, 형제 피아노 연주자의 우애와 갈등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공연했다. 이 뮤지컬은 미국 영화 <사랑의 행로( The Fabulous Baker Boys)>로부터 기본 설정을 착안하였는데 국내에서 처음 기획, 제작하는 창작 뮤지컬이었다. 초연 뮤지컬 공연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흥행에 성공하자, 이후 초연 뮤지컬의 작곡과 각본을 맡았던 이들이 초연 당시 제작에 참여했던 뮤지컬 컴퍼니 대표와 사이에서 새로운 계약을 맺고 <사랑은 비를 타고>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그 이후 초연 당시 참여했던 기획자와 연출가, 제작자 등 창작진이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저작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주장하면서 뮤지컬의 공연금지 및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분쟁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뮤지컬은 악곡, 각본, 가사, 안무, 무대장치, 조명, 의상, 연기 등이 극(劇)의 구성과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종합예술의 하나이다
A. 뮤지컬은 창작자 다수의 땀이 녹아든 결합 저작물
법원에서는 <사랑은 비를 타고> 연극 저작물을 '결합 저작물'로 보았다. 다수의 창작자들이 관여하여 제작하는 과정에서 창작자 다수의 기여분이 각각 분리되어 이용될 수 있는 점이 있어 저작물의 성격이 결합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제작자의 기획과 연출자의 지휘, 감독 아래에 단일한 작품으로 공연되므로 외관상 하나의 일체로 보이지만, 뮤지컬 구성요소인 악곡, 각본, 가사, 안무, 무대장치, 조명, 의상, 연기 등은 각각 모두가 인간의 예술에 관한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 결합 저작물 : 2인 이상의 저작자에 의해 작성된 외관상 하나의 저작물이나, 그 작품 전체의 창작에 관여한 저작자 사이에 공동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이다. 해당 부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저작권자에게만 허락을 받으면 된다.
● 공동저작물 : 저작권법에 따르면 공동 저작물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B. 누구를 저작자로 볼 것인가
<사랑의 비를 타고> 사례에서 뮤지컬 제작에 기여한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구를 창작물에 대한 저작자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의 내려진다.
창작성 있는 표현의 대상인 사상 등을 고안한 사람도 그 사상 등을 창작성 있는 표현으로 구체화하는 데 기여하지 않았다면 저작자라고 할 수 없다.
즉,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동기를 부여한 사람이라도 ‘표현’으로 구체화하는 것에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 저작권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뮤지컬의 제작, 공연에 참여한 자들 중에서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자’, 즉 뮤지컬 기획자는 독자적 저작권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뮤지컬의 연기자나 연출자’ 등은 실연 자체에 대한 저작인접권을 가질 뿐이라고 한다.
● 저작인접권 : 저작권에서 파생된 권리로 저작물을 공연하는 실연가, 저작물이 고정된 음반 제작자, 이러한 저작물을 전파하는 방송 사업자에게 부여되는 실연의 녹음, 녹화, 방송권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C. 공동저작권자가 독단적으로 저작권을 행사한다면
한편 '공동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연극 대본을 처음 집필한 초벌 집필자가 나중에 최종 대본이 완성되고 공연까지 성황리에 마친 후에, 그 최종 대본을 그대로 옮겨 뮤지컬 대본으로 만들어 공연에 이용한 것이다. 이번에는 초벌 집필자가 형사 고소를 당한 사안이다. 최종 대본의 저작권자는 누굴까? 서울 남부 지방법원에서는 최종 대본이 초벌 대본과는 다른 별개의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된 ‘공동저작물’로 보았다. 따라서 초벌 집필자가 공동저작물인 최종 대본을 단독으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저작권 행사 방법을 택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해도,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초벌 집필자가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 다만, 초벌 집필자가 최종 대본을 공동저작권자 동의 없이 뮤지컬 대본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민사소송에서 금전적인 책임을 질 수는 있겠지요!
초연을 기획할 때 공연권 양도와 이용 허락에 관한 계약서를 미리 작성했다거나, 미리 재공연을 염두에 두고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했다면 몇 년 후 무대 연출 이용이 무단이냐 아니냐에 관한 긴긴 싸움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너도 나도 한 치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기에 그 많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거겠지만.
※ 참고 자료 : 공연예술법 마스터클래스(2015, 강은경), 문화예술저작권 분쟁의 숲에 가다(2014, 조상규), 문화예술과 저작권 판례집(2013, 한국저작권위원회), 대법원 2005.10.4. 자 2004마639 결정, 서울고등법원 2007.5.22. 선고 2006나47785판결, 서울남부지법 2012.7.6.2012고정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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