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레하는 변호사 Aug 16. 2017

#3. 심청이 발레하는 시절 - 무용 안무가의 저작권

  외국 처녀 지젤만, 외국 백조 오데트만 발레를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처자 심청이도 발레를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심청>을 처음 창작 발레로 선을 보인 것이 1986년이라고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년간의 노력은 결국 세계 무대를 감동시켰다.


고전에만 머무르지 않는 창작 발레


   <심청>이 보여주는 갸륵한 주제, 부모를 위해 자식이 헌신하는 ‘효’ 사상은 서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동양적인 코드여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찬사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심청>의 무용수들은 발레에 맞추어 디자인된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도 클래식 발레 동작에 기반을 둔 동작으로 화려하게 조화를 이룬다. 발레 무대에서도 창작자, 안무가의 아이디어와 지적 재산권이 독립적이고 견고하게 평가받아야 계속해서 이렇게 좋은 창작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무용수인 안무가와 공연기획사가 함께 공연을 하다가 만든 창작발레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A가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 B에게 함께 발레 공연 업무를 하자고 제안하였고, B가 제안을 받아들여 창작 발레 작품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 B가 발레 작품에 관한 저작권 등록을 마치자 A가 B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를 구한 것이다.


[one] 먼저 문제 된 것은 B가 A에게 고용된 사람이냐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와 B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저작권법 제9조에 따라 업무상 저작물로서 법인 등에게 저작권이 인정될 때가 있는데,
 아래의 요건들이 필요합니다.
 ①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을 하고,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③ 저작물이 업무상 작성되어야 하며, 
④ 그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합니다.


사건에서 B는 일정하게 월급을 수령한 것이 아니고, A가 운영하는 회사는 일상적으로 업무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연을 섭외해서 일정이 잡힐 때마다 일을 하고 수익을 정산하는 형식으로 일하는 회사였고, 둘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도 않았으며 퇴직금 지급 등의 고용관계 정산 절차를 거친 적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two] 또한, A가 발레 작품의 기획·제작·공연 과정에 관여하였다는 것을 넘어 발레 작품의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발레 작품을 A와 B의 공동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즉 저작권에 관하여  공연기획사 A가 아닌 안무가 B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저작물은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고,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7도7181 판결).


  안무가가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무가가 회사에 고용된 피용자인지 단순히 프리랜서로서 개별 프로젝트 별 계약을 체결한 것인지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에 고용된 입장이라면 창작 업무 범위를 정규 업무 범주에 국한시켜야 할 것이고, 가능하면 이러한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저작권을 반드시 보유하려고 하면 고용주와 협의해서 저작권을 양도받는 서면으로 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반면 고용되지 않은 입장이거나 판단하기 불분명한 경우라면 고용주에게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러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문서에 서명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독립적으로 업무 공간을 확보하고 작업하며, 보험료 등도 본인이 납부해야 할 것이다. 또 급여 형식으로 돈을 받지 말고 개별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수익을 분배 받는 형식 등으로 정산을 해야 한다.



※참고 자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8. 선고 2015가합553551 판결, 공연예술법마스터클래스(2015, 강은경)
※사진 출처 : 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2. 사랑이 비를 타고 온다 - 뮤지컬 작품의 저작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