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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르다 Apr 17. 2024

팍팍한 현실 속에서 나의 기도는?

슬플 때, 괴로울 때, 답답할 때 저는 시편으로 도망칩니다.

울 언니 지도교수이신 김회권 교수님이 쓰신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발췌!

시편이 나에게 늘 위로이자 피난처가 되는 이유를 학문적으로 명쾌하게 풀어내셨다.



결국 시편은 한마디로 음악 기호가 붙어 있는 모세오경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에는 시편 음송을 돕는 아주 세부적인 음악 연주용 혹은 음송용 음악 부호(musical notations)가 붙여져 있습니다. 


   시편이 원래 찬양과 기도의 노랫말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시편가사를 보면 비둘기 곡조로 노래하라, 현악기를 두드려 반주하라 등의 각각 다른 연주용 지시 노트가 있습니다. 어떤 시편에는 '영장(지휘자)를 위하여'라는 지시가 있는데 그것은 영장이 편곡하거나 영장의 지휘에 따라 다소 신축성 있게 불러도 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현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라는 지시가 있는 시편은 실내악적인 시편이며, 절대로 드럼으로 반주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떤 노래는 드럼을 치면서 터키 행진곡처럼 불러야 합니다. 시편 84편은 헝가리 광시곡이나 터키 행진곡처럼 4분의 2박자로 불러야만 합니다. 너무 슬픈 시편 13편이나 51편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부르는 노래로 첼로와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연주가 적합합니다. 이처럼 시편에는 다양한 곡조 이름으 붙여져 있고 더러는 지휘자가 마음대로 편곡할 수 있는, 혹은 지휘할 때 약간의 변주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두기도 했습니다. 


   많은 시편이 "다윗의 시편"이라 되어 있습니다. 이 표제어는 다윗이 저작한 시편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다윗에게 돌려진 시편, 혹은 다윗과 관련된 주제의 시편이라는 뜻도 됩니다. 다윗이 쓴 시편은 Mizmor David입니다(시 18, 51, 57편 등). 글자 그대로 다윗의 시입니다. 여기에는 소유격 '의'가 들어갔습니다. 또 다른 많은 시편들은 Mizmor le David, '다윗에게 바쳐진 시편'이라는 뜻의 표제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A Song of David 혹은 A Song concerning David이라는 뜻입니다. 시편 150편 중 약 30편만 A song of David, 다윗이 쓴 시편입니다. 


   다윗의 인생 주제가 모티브가 된 노래인 '다윗에게 바쳐진 시편'의 경우 아삽 자손과 고라 자손이 주로 지었습니다. 고라 자손과 아삽 자손은 제2성전 시기에 성전에서 섬기던 레위인들로 유급 찬양대원이었습니다. 음악 길드의 구성원들이었습니다. 하급 성직자들로서 월급을 받으면서 찬양하는 사람들입니다. 갈릴리를 비롯한 원근 각처의 사람들이 괴나리봇짐을 싸서 예루살렘 성전에 예배드리러 올 때 노래를 불러 격려하던 음악대원들이 고라 자손과 아삽 자손이었습니다. 이들이 다윗의 인생 전기에서 모티브를 발굴해 노래를 지었기 때문에 전부 다 "다윗에게 바친 노래"라고 되어 있습니다. 


   시편의 주제는 단연코 하나님 나라 복음입니다. 시편은 이스라엘이 과거에 경험했던 하나님 나라의 위엄과 영광을 노래하고, 장차 나타날 하나님 나라의 다양한 면모를 찬양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통치가 사라진 현실에서 하나님의 통치 권능을 다시 보여주시기를 구하는 간청과 탄원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시편의 주제는 이 두가지입니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만 뽑으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통치가 충분히 실현되지 않은 세상에서의 부르짖음입니다. 시편의 주인공들은 부재중인 하나님 나라에 살면서, 하나님의 보좌를 향해, 온갖 종류의 간구와 탄원, 감사와 찬양, 결심과 각오를 올려드립니다. 시편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인간의 기도, 찬양, 항의, 탄식, 불평입니다. 하나님께 드려진 인간의 이 모든 기도, 찬양, 탄식 언어도 하나님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시편 기도는 하나님의 심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도 언어, 찬양 언어, 불평과 탄식, 저항과 의심의 언어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시편은 부재중인 하나님 나라에 사는 하나님 자녀들의 영적 생존 분투록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냉정해지고 심드렁해진 사람들이 하나님과의 감미로운 친밀감을 회복하는 데 가장 유익한 책이 시편입니다. 하나님의 통치 흔적이 사라진 팍팍한 현실에서 기도 언어가 끊어져 빌 바를 알지 못하는 탄식에 눌릴 때 시편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회권짱이 며칠 전 선희를 만나서 내 안부를 물으시곤 배둥이 위한 기도까지 기도 수첩에 적으셨다고 하셨다. 그리곤 의외로(?) 미희가 숭실대 특수대학원에 와서 공부하면 너무 좋겠다라고도 하셨다고 (오잉?) 아기를 키우면서 일반 대학원 공부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셔서 아마 그렇게 말씀하신 듯 하다. 


사회생활 하다 엠디브 3년 과정 마치는 것도 쉽지 않아 겨우겨우 마쳤고, 아직은 신생아를 키우는 입장이라 공부할 엄두가 안 나지만 아기가 유치원 갈 때가 되면 기독교교육학이든 뭐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 교수님 말씀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십대 때 선희가 부러웠던 가장 큰 부분은 김회권 교수님 제자라는 점이었는데, 교수님은 늘 선희 동생인 나와 신실이까지도 아껴주시고 기도해주셨다. (감동감동)


그런데 우리 사랑이 사진을 보고 “아들인가?”라고 물으셨다고.

교수니이이임! 우리 사랑이 얼마나 예쁘게 생겼는데 왜 아들이라고 물으셨나요. 


아 남편 이름도, 남편이 사역하는 교회까지도 관심가지고 물어봐주심에 감사하다. 책 집필에, 연구에, 강의에, 교목실장에 매우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한 영혼 한 영혼을 향한 따뜻함을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잃지 않으시는 참 목회자이자 교수님.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으로 일년 넘게 기도하고 있는 제목이 응답이 더딘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었는데, 하나님이 교수님 통해 위로하시는 듯 하다. 시편을 자주 읽고 외우고 찬양해야지. 나의 기도가 내 영혼을 견인하고 부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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