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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기 Jan 05. 2021

미리보는 2021년, 메르켈의 후임은?

코로나19 때문에 힘겨웠던 2020년은 가고 2021년이 왔습니다. 올 한 해 세계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난해는 세계 사람들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한 해였습니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그려보지만, 2020년을 거치면서 한 해 예측이 이렇게 무의미해질 수도 있구나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2021년의 가장 큰 변화는 누구든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정권교체이겠지요. 1월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대가 세계에 미친 영향이 너무 컸습니다. 주로 악영향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바이든 정부의 출범이 세계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 핵협정도 되살리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대응부터 해야 한다는... 취임식에서도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애도한다고 합니다. 


2021년은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이든 역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미·중 긴장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시절처럼 무역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상황은 좀 누그러질지 모르겠지만 G2로 불리는 두 나라의 전략적 경쟁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2020년의 마지막 날에 영국은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국민투표에서 가결됐지요. 그 후 3년 반 넘게 영국과 EU가 밀고당기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합의를 봤습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무관세 원칙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정해진 시한은 다가오는데 관세와 수산물 쿼터 등을 놓고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으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아무 합의도 없이 영국이 덜커덕 탈퇴해야만 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되는 것 아니냐, 또 영국 내 일각에서는 어차피 떠날 거라면 노딜 브렉시트라도 감수해야 한다 논란이 분분했습니다. 어쨌든 영국 하원 투표에서 찬성 521 대 반대 73으로 협상안이 통과됐고 2020년 12월 31일 밤 영국은 EU를 완전히 떠났습니다. EU 쪽에서는 회원국들이 12월 29일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습니다. 



올해 유럽의 변화 중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퇴임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메르켈 독일 총리. 유럽에 여러 나라가 있고 유럽연합 집행부가 있지만 ‘유럽의 지도자’를 꼽는다면 누구든 아마도 메르켈을 꼽을 겁니다. 2005년 취임할 때만 해도, 헬무트 콜 총리의 정치적인 딸로 불렸던 메르켈 총리가 이렇게 오래도록 세계 정치에서 군림할 줄은 몰랐습니다. 동독 출신에 물리학도 출신, 조용하고 합리적인 성격, 흔히 떠올리는 정치인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죠. 그런데 벌써 집권 16년째가 됐습니다. 10월에 독일 총선이 실시되는데, 메르켈 총리는 그 총선과 함께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이미 몇 년 전에 예고했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유럽의 재정·금융위기,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2015년 유럽의 난민 유입사태, 그리고 브렉시트와 미국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는 일, 2020년의 코로나 위기 대응까지, 유럽에서는 어느 것 하나 메르켈이 중심이 돼서 조율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때에는 독일이 돈 풀기를 꺼리는 바람에 유럽 전체의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일었고, 난민 수용계획을 추진할 때에는 자국 내에서 우파들의 반발에 부딪친 것과 동시에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지난 10여년의 유럽이 ‘메르켈의 유럽’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1월 중순 집권 기민연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리 후보가 정해질 것 같은데, 누가 되든 유럽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Germany: Angela Merkel's party to decide her successor in January 


예정된 선거들을 살펴볼까요. 6월 18일 이란 대선은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역사적 핵합의를 했던 중도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두 차례 총 8년을 집권하고 물러나는데, 보수파가 만일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버리면 핵합의를 제자리로 돌리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듯하고요. 



이스라엘은 3월 23일 총선을 치릅니다. 2년 새 선거를 몇 번을 하는 건지... 정치 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수사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는데, 이번에도 기사회생할까요. 오랜 내전을 거친 시리아도 명목상으로는 5월 16일 대선을 치릅니다. 세습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건재한 상황에서, 대선이 집권 연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은 선거 같은 정치이벤트가 없지만 9월 5일 홍콩 입법회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 선거도 원래 작년에 했어야 하는데 홍콩인들의 반중국 시위가 1년 넘게 격렬하게 벌어지자 미뤘던 거죠. 지난해 7월부터 발효된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당국이 반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의회 격인 입법회 선거도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남미에서는 11월 칠레 대선이 가장 큰 정치 이벤트가 될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중남미에서는 좌파 바람, 이른바 마레아 로사(분홍빛 물결)가 대세였습니다. 2010년대 우파의 반격이 일어났지만 최근 들어 다시 좌파가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서 다시 좌파가 집권한 거죠.

2019년부터 칠레에서는 민생고에 시달린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됐고, 2020년 과거 피노체트 군부정권 때 만들어진 헌법을 40년만에 교체한 새 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칠레 대선 결과는 남미 정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칠레에서 새 헌법 제정에 대한 국민투표가 치러진 2020년 10월 25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시민들이 모여 가결을 축하하고 있다. |AFP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피노체트 시대와의 단절”…40년 만에 헌법 다시 쓰는 칠레 


또 하나 눈여겨볼 곳은 쿠바입니다. 쿠바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제1서기가 4월 19일 사임할 예정입니다. 형인 피델 카스트로에서부터 시작돼 62년에 걸친 카스트로 형제의 쿠바 통치가 끝나는 걸까요.

그나저나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까요.


지난해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연기됐고 다시 잡힌 일정에 따르면 올해 7월 23일 개막해 8월 8일까지 1년 늦게 개최하게 됩니다.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아직은 불투명하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지난해 9월에 취임했는데, 집권할 때부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임으로 당분간 자민당을 관리하는 단명 총리에 그칠 것이다, 총선을 통해 결국 자신의 정권으로 만들 것이다 추측이 분분했지요. 지지율은 몇 달 새 급락했고, 예정대로라면 10.22 총선이 실시되는데 그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으로 갈지 아직 안갯속입니다. 


11월에는 유엔 기후변화총회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됩니다.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1년 연기된 것이고요. 미국의 변화와 맞물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확실히 굳혀 탄소중립으로 향해 가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10월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세계엑스포가 열립니다. 중동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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