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도 12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권고했다. 13일 CDC 승인이 나오면 14일 이후 곧바로 미국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개한 3상 임상시험 자료에서는 3주 간격으로 2번 접종하면 ‘연령, 성별, 인종 구분없이 95%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돼 있고 FDA도 이 자료의 신뢰도를 인정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효과가 얼마나 가느냐다. 백신의 효과와 지속 기간을 오래 시간에 걸쳐 검증해야 하지만, 문제는 제약사 측 임상시험의 ‘장기적 결과’를 지켜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지적했다. 3상 시험대상자 4만3000여명 가운데 절반은 백신을 접종받았고 절반에게는 위약이 투여됐다. 효과를 충실히 검증하려면 두 그룹의 차이를 좀더 지켜봐야 하는데, 위약군의 접종을 강제로 막는 것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백신의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도 ‘시험 참가자이니 당분간 접종받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 임상의 장기적 효과를 완전하게 검증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화이자 백신·임상연구부문 부사장 윌리엄 그루버는 FDA 자문위에 출석해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정보를 줄 책임이 있고, 위약군 참가자들이 만일 원한다면 백신을 접종받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대부분은 무증상 혹은 경증으로 넘어가지만 일부는 중증으로 악화된다.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백신이 막아줄 수 있는지도 아직은 의문이다. 화이자에 따르면 3상 참가자 중 중증 발현자는 10명이며 그중 9명은 위약군이었고 1명은 접종받은 사람이었다. 아직은 ‘관련 자료 부족’으로 보고 판단을 유보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또다른 특징은 무증상 감염이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로, 감염자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백신은 1차적으로 증상을 예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무증상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16세 이하 어린이·청소년과 임산부의 접종은 안전할까. 임상 참가자 중에 임신부는 없었고 12~15세는 일부 포함됐으나 참가자 수가 다른 연령그룹보다 작았다. 그럼에도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의 피터 마크스 소장은 “데이터로 볼 때, 17살과 16살 참가자의 안전성 기록도 받아들일만하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결국 접종이 가져올 혜택과 위험 중 어느 쪽이 크냐의 문제다.
FDA는 임신한 여성에 대해서는 “접종을 받을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대 약학교수 모니카 간디는 사이언티픽아메리칸에 “백신이 임신부에게 위험할 이유가 없으므로 접종받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임상 도중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을 추적조사해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계속 검증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부작용 문제다. 백신이 가벼운 부작용을 일으키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드물게 심각한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화이자 백신의 임상에서 보고된 부작용은 홍조, 통증, 호흡기 부종, 열, 두통, 피로감 등이다. 특히 2차 접종 뒤, 그리고 젊은 층에게 많이 나타났다. 4명은 안면마비를 일으켰고 접종 부위(어깨)에 상처가 남은 사람도 1명 있었다. 화이자 측은 긴급사용승인 이후에도 당초 계획한 3상 기간인 2년 동안 부작용을 지켜볼 것이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보고하겠다고 FDA에 약속했다.
임상시험에서는 알레르기 경험자가 배제됐지만 실제 접종이 시작되자 영국에서 2명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PRA)은 백신이나 약물, 음식 등으로 알레르기를 겪은 사람은 접종받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너무 많다.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안전센터의 지지 그론발 연구원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가 필요한 정도의 알레르기 환자는 백신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ABC방송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음식이나 계절성 알레르기 정도를 가진 사람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특성 자체가 알레르기 걱정을 줄여준다. 백신 구성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접종을 피해야겠지만, 화이자 백신은 바이러스를 속이는 유전정보를 집어넣는 방식의 mRNA 백신이다.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빼고 나면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염분, 당분, 지질 등이 남는다. 흔히 인체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거의 없다. FDA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모더나 백신도 17일 긴급사용승인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하면 쇼크까지 일으키는 아나팔락시스(전신성 알러지)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FDA도 접종을 불허했다. 영국에서 접종받은 보건요원 2명이 아나팔락시스성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이미 보고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지난 10일 “중증 알레르기 우려가 있는 사람은 접종 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궁금증은 ‘이미 앓은 사람’도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화이자 측은 이 물음에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됐으면 몇 달에서 몇 년은 면역력이 생기는 게 정상이지만 코로나19는 재감염 사례가 몇 차례 보고됐다. 화이자는 3상 참가자들의 코로나19 감염 경력을 구분하지 않았고, 3% 정도가 이미 감염됐다가 나은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이 맞아야 할지, 맞지 않아도 될지 결론을 내리기엔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