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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un 28. 2021

서양애들이 밥 짓는 방법

경악을 금치 못 합니다.

"서양 애들"이라고 써 놨지만 사실 표본 수는 단 3명이다. 한 명은 멕시코, 한 명은 미국, 한 명은 이탈리아 애다ㅋㅋ 미국에 와서 서양애들이 밥을 어떻게 짓는 지를 보고 경악을 한 적이 세 번 있었다.



1. 밥 짓기 = 파스타 익히기?


박사 때였다. 멕시코 출신인 마호 (Maria Jose인데 줄여서 마호라고 부름)가 밥을 지어 보겠다고 어떻게 짓냐는 거다. 난 박사 때 밥솥이 있어서 냄비 밥을 해 먹진 않았지만, 그래도 냄비로 밥을 하는 법은 알고 있었다. 마호에게 물 넣고 끓으면 불 끄고 뚜껑 덮고 20분이면 된다고 아주 간단하다고 했다. 사실 이게 땡 아닌가?


그러자 마호가 한 일은... 바로... 물에 소금을 넣었다. 네? 왜요? 도대체? 내가 넣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러니까 마호는 밥 짓는 건 파스타를 익히는 것처럼 생각했다. 파스타를 끓일 때 물에 소금을 좀 넣는다. 파스타 면에도 간이 베이도록 하고, 나중에 면수를 소스에 더 얹을 때에도 간이 추가되도록 소금을 넣는다. 마호는 밥도 그렇게 먹는 거겠거니, 소금을 넣는 건 너무나 기본적인 거라서 내가 안 알려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허허 사람의 상상력이란!


다행히도 마호가 소금을 많이 넣진 않아서 먹을 만했다.






2. 물 양을 못 맞추는 사람에게 기발한 방법


이건 남편이 밥 짓는 걸 보고 진심 내가 경악을 금치 못 했던 일이다. 남편은 인도 카레를 좋아해서 집에서 커리를 해 먹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바스마티 (찰지지 않고 바람에 풀풀 날리는 긴 동남아 쌀)와 같이 먹었다. 근데 바스마티 쌀을 익히는데 어떻게 했게요? 힌트: 파스타 익히는 것과 비슷함.





파스타처럼 물을 왕창 넣고 밥을 팔팔 끓인다. 한 10분 팔팔 끓고 나면 불을 끄고, 박막례 할머니 버젼으로 읽어주세요 구녕 바구리에 물을 쫙 뺀다. 그리고 구녕 바구리에 남은 밥을 먹는다. 뙇! 처음 이걸 보고 어쩜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지 싶었다. 생각보다 밥도 괜찮게 됐더라.


하지만 이건 바스마티 쌀에만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찰기 가득한 쌀을 저런 식으로 만들면 죽이 된다. 그걸 모르고 에릭은 내가 사둔 한국 쌀로 밥을 지었다가 죽을 만든 적이 있다. 따흑.






3. 만능 전자렌지


우리가 아직도 시모네를 보면 놀리는 게 있다. 박사 때 시간이 모자라니까 생 닭가슴살을 전자렌지에 넣고 6분을 돌려서 익혀 먹었다. 헐...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생 닭을 전자렌지에 넣고 돌리는 사람이 어딨어? 여깄지롱! 어으 아직도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서양애들은 전자렌지로 별의별 걸 다 하는구나. 우리에겐 전자렌지가 음식을 데우는 용도로 자주 활용되고 요리 자체에 쓰이지 않는다. 계란찜 제외. 아 사람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인가. 시모네는 밥 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읭 냄비 밥 30분이면 하는데) 쌀+물을 넣고 전자렌지에 돌렸다. 진짜 내겐 문화 충격이었다. 밥을 이렇게 한다고? 뭔가 밥을 모독하는 느낌적인 느낌...




더 이상한 건 밥이 됐다ㅋㅋㅋ 물론 아주 오래 돌려야 했고 뚜껑도 닫아야 했지만 되긴 됐다. 결국 이렇게 전자렌지를 "요리"에 사용하던 시모네의 전자렌지는 1년 뒤 사망했다.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건지 우연히 고장 난 건지 모르겠지만, 그 뒤로도 시모네와 맷 네 (둘이 룸메였음) 전자렌지는 박사 동안 총 3번을 바꿔야 했다. 쩝.






남편이 돌솥비빔밥을 좋아해서 이번에 한국에 갔다가 돌솥을 사가지고 왔다. 아이고 무거워라. 근데 밥 지으려고 생각해보니까 돌솥 뚜껑을 안 샀다 -.- 나름의 변명을 하자면, 돌솥비빔밥 레서피를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밥은 따로 하고 마지막에 밥을 돌솥에 넣고 센 불에 짧게 가열함으로써 누룽지를 만들라고 해서. 그래서 뚜껑이 필요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돌솥에 밥 짓고 그 위에 재료 올려서 비빔밥 해 먹으면 될 것을... 집에 박사가 두 명이면 뭘 하나~ 돌솥비빔밥 먹겠다고 그 무거운 돌솥 4개를 미국까지 들고 왔는데 뚜껑을 안 사왔으니~ 다음에 한국 가면 뚜껑만 사가지고 오는 걸로.


왼쪽을 샀어야 했는데 오른쪽을 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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