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 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elles Adventure Nov 26. 2021

하객 만족도 최상! 미국 결혼식

재미난 행사가 많은 미국 결혼식

휴~ 게을러터져서 글을 안 쓴 지 한참이 됐다. 지난 편에 이어서 미국 결혼식에 대해 쓰겠다. 미국에선 하객이 결혼식 가서 뭘 하느냐?


지난 편 보기

https://brunch.co.kr/@ilovemypinktutu/107






역시 제일 중요한 건, 밥


지지지난편에 쓴 것처럼 미국 결혼식은 결혼식 자체와 피로연 (리셉션)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결혼식 자체는 딱히 특별할 게 없지만 리셉션에서는 정말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우선 누구나 기대하듯, 먹는 거!



리셉션 테이블에 맘대로 앉아도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신랑 신부가 자리를 지정하는 경우도 많다. 결혼식장이나 리셉션 하는 곳 입구에 좌석표가 쫙~ 붙어있다. 신랑 신부가 나름 머리를 싸매고 누구누구를 같이 앉힐지 생각해서 좌석을 지정한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에릭네 친척 리셉션에서는 모든 친척들을 나이대별로 나눠서 어른 테이블 (결혼했으면 어른 취급ㅋㅋ)과 아직 결혼 안 한 사촌 테이블로 나눠져 있었다. 얼마 전 (이라고 써 놓고 보니 벌써 거의 반년 전...) 직장 동료네 리셉션에서는 나와 에릭, 또 다른 동료, 그리고 신부 측 박사 친구들을 같은 테이블에 앉혔다. 아무래도 같은 전공으로 박사를 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이야기하기 편하라고 그랬던 듯.


리셉션 테이블 지정 예시



암튼 리셉션에서는 일단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밥은 부페식도 있고 코스식도 있다. 재미난 건 바 텐더가 있어서 술은 각자 가서 주문해야 한다. 참고로 물을 제외한 탄산음료라든지 쥬스같은 것도 다 바 텐더에게 가서 달라고 해야 한다. 당연히 신랑 신부 측에서 술값을 다 계산한다. 내가 갔던 한 결혼식에서는 좀 비싼 술을 마시려면 하객이 돈을 내야 했다. 와인을 보통 많이 마시는데, 리셉션이 끝나면 바텐더들이 총 와인 몇 병을 땄는지를 센다. 만약 딴 와인 병이 반 남아있으면 가져가라고 싸 준다. 그리고 신랑 신부 측은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고 바 텐더에게도 당연히 따로 돈을 준다. 분명 바 텐더들도 노동비용을 받는데, 웃긴 건 굳이 또 팁 박스가 있다. 하객들이 이런 팁 박스에 또 돈을 넣는다.








그리고 밥을 다 먹어가면 들러리나 신랑 신부의 부모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보통 이런 스피치를 할 때는 예전에 신랑 신부가 했던 철없고 웃긴 에피소드 들을 공유한다. 재밌는 사람이 스피치를 하면 진짜 너무너무 웃기다ㅋㅋ 암튼 스피치 끝에는 물론 신랑 신부 칭찬을 하며 잘 살 거라고 축하하며 끝낸다. 그리고 나면 웨딩 케이크를 자른다. 자른 웨딩 케이크는 작은 접시에 나눠서 테이블에 좌라락 놓으면, 하객들이 알아서 가져가서 먹는다. 그리고 나면 댄스파티!



커팅하고 나면 이런 식으로 케이크가 나온다.






하객 만족도 최상을 위하여



리셉션에서는 술 마시고 춤추는 건 거의 필수로 들어가 있다. 그치만 리셉션을 더 재미나게 즐기기 위해서 신랑 신부들이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가장 흔한 건 아마 포토부스일 거다. 한 구석에 스티커 사진 기계 같은 걸 갖다 놓고, 6시간의 리셉션 중간중간 하객들이 알아서 가서 사진을 찍는다. 보통 재미나게 찍기 위해서 이모티콘이나 말풍선, 안경, 콧수염 같은 게 옆에 구비돼 있다. 사진을 찍고 나면 바로 사진이 여러 장 나오는데, 그중 한 장은 하객들이 가져가고, 나머지 한 장은 그 옆에 구비된 앨범에 붙인다. 앨범에 사진을 붙이고 밑에 간단한 축하 인사말을 적는다. 내가 가본 결혼식에서는 그랬음.



웨딩 포토부스의 예



각종 게임도 준비한다. 춤추다가 지치거나 춤에 관심이 없는 하객들은 알아서 이런 놀이를 찾아 리셉션을 즐긴다. 야외 공간이 있으면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마련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콘 홀 이런 거. 빙고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빙고는 하객들끼리 좀 더 쉽게 친해지고 어울리기에 도움이 된다. 하객들은 서로 돌아다니면서 칸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 빙고를 한다. 가장 먼저 빙고를 외친 하객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젠가와 빙고게임



신랑 신부에 관한 재미난 일화들을 담은 냅킨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밑에 사진처럼 재미난 에피소드를 냅킨에 써 놓는데, 냅킨마다 내용이 다르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냅킨을 집으면 다른 에피소드 내용이 나온다. 직장 동료네 결혼식에서도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적은 냅킨이 있었다. 사진을 찍었지만 너무 내용이 적나라(?)하여 구글에서 찾은 걸로 대체.




이색 답례품도 재미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돌잔치 답례품은 있어도 결혼식 답례품은 딱히 본 적이 없는 듯한데 여기선 결혼식 답례품이 은근 흔하다. 둘의 이름과 결혼식 날짜가 적힌 트럼프 카드를 나눠 줬었다. 직장 동료네 결혼식에서는 둘의 이름과 날짜가 적힌 선글라스를 나눠 줬는데 아쉽게도 비가 와서 ㅠ-ㅠ 딱히 선글라스를 쓸 날씨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유용하게 잘 쓰고 있음.



답례품은 선글라스처럼 알아서 집어 가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멀리서 사람들이 오는 경우 혹은 특별히 친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작은 선물을 준다. 보통은 사람들이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준다. 미국에선 워낙 멀리서들 하객이 오기 때문에, 신랑 신부는 결혼식장 근처에 있는 호텔에 미리 전화를 해서 "요 날짜에 어디서 결혼식이 있으니까 방이 완판이 되지 않도록 방 XX개 정도를 따로 빼 달라. 그리고 나름 단체(?) 손님이므로 할인을 해달라"라고 부탁을 한다. 호텔에서는 하객들에게 보통 10-15%의 할인을 해준다. 대신 하객이 예약을 할 때 누구누구 결혼식 때문에 예약한다고 말을 해야 할인이 된다. 어쨌든, 하객들이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 신랑 신부는 작은 선물이 든 쇼핑백을 호텔 프론트에 맡겨 놓는다. 트레이시네 결혼식에서는 호텔 체크인을 할 때 신랑 신부가 좋아라 하는 과자, 젤리, 사탕, 음료수 등을 담아 줬다. 내 리셉션 때에는 쇼핑백 말고 다시 쓸 수 있는 장바구니에 말린 대추 (한국식 결혼의 상장이랄까...)와 우리 이름이 적힌 수저 세트를 담아 줬다. 하객 중에서 내가 각별히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공기놀이 세트 (울 엄마가 직접 한 땀 한 땀 손 바느질로 만든 ㅠㅠㅠ)를 추가로 넣어줬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면 이렇게 필요한 위생용품을 다 가져다 놓는다. 재미난 거는 진통제는 꼭꼭꼭 있다! 왜냐면 술 먹고 머리 아프면 먹으라고... 허허허. 그 외에도 뿌리는 데오드란트, 입냄새를 제거해주는 가글이나 민트 사탕, 화장솜 등등을 구비해 놓는다.



마지막으로 미국 결혼식에서는 야식까지 책임져준다! 다 그런 건 아님 예전에 미국애들이 어떻게 숙취해소를 하나에 대해 쓴 적이 있다. 대체로 피자나 버거 등 기름진 것을 먹는데, 이 아이디어의 연장선으로 결혼식이 무르익어갈 약 10시 무렵, 피자나 타코 등의 야식을 내 오는 결혼식도 있다. 저녁 먹고 나서 춤추고 놀다 보면 허기지기도 하고, 해장하고 가라고 야식을 주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주례는 아무나 못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