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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Mar 29. 2021

미국. 자문화 중심주의의 끝.

모든 걸 자기 맘대로 읽는다.

그동안 게을러터져서 글을 안 썼다. 난 가을학기에는 강의가 하나도 없고 모든 강의가 봄에 몰빵인데, 봄학기마다 너무 힘들다ㅠㅠ 흑흑 그동안 차곡차곡 소재는 다 적어 놨는데 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가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그때 와장창 쓰겠다.





골프 연습을 하러 가는 길에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를 듣는데, 무슨 단어를 듣고 급 이것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국이 자문화 중심주의 쩐다고들 하지만 미국도 지인짜 만만치 않다. 그 일례가 바로 다른 나라 언어를 발음하는 데 있다. 예를 들다 보면 기가 막힌다 진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미국에서 들을 때마다 충격적인 단어는 바로 볼프강이다. 볼프강 스테이크 하우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이런 단어들을 읽을 때, 미국애들은 울프갱 (Wolfgang)으로 발음한다. 독일어로 Wolfgang은 볼프강으로 읽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영어식으로 읽으면 울프갱 ㅋㅋ너무 이상함 으로 읽히는데, 독일어로 뭐라 발음이 되든 전~혀 개의치 않고 제멋대로 "울프갱"으로 발음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 단어를 들었을 때의 충격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거슨 바로 메르세데츠 벤츠. 우선 미국에서 벤츠라고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메르세데츠라고 하면 더 못 알아듣는다. 미국애들은 메르세데츠를 영어식으로 읽어서 멀세이디즈 (Mercedes)라고 읽는다. 헐... 폭스바겐도 비슷하다. 독일어로 읽으면 폭스바겐이지만 영어에선 복스웨건  (Volkswagen)이라고 읽는다. 뜨악.



멀세이디즈와 라마라고 읽는 미국인들


남미에서 자주 보이는 야마 Llama도 스페인어로는 야마라고 부르는 게 맞다. L이 두 개 들어가니까. 근데 미국애들은 그냥 라마라고 부른다. 영어식으로 읽으면 L을 L로 읽으니까. 이런 예는 정말 여기저기서 많이 나타난다. 가구점 이케아 (IKEA)를 아이키아라고 읽는다. 국가 요르단은 졸단 (Jordan)으로 읽는다. 여기선 J가 Y발음이 되어야 하지만, 미국 영어식대로 J를 그냥 J발음해버린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 소피아는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라고 읽더라. 






그래도 이 정도면 약과다. 더 심각한 건 심지어 이름의 스펠링까지 바꿔버린다. 기가 막힌 단어 중엔 아마 도시 이름이 가장 많을 듯하다. 폴란드의 수도는 바르샤바인데, 바르샤바는 폴란드어로 정말 "바르샤바"와 비슷하게 읽힌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도 러시아어로 읽으면 "모스크바". 세르비아의 수도는 베오그라드이고 세르비아어로 읽으면 역시 "베오그라드"이다. 독일에 있는 도시 쾰른은 독일어로 읽으면 정말 "쾰른"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자기들 편한 대로 영어식으로 읽는 것뿐만 아니라 철자까지 로만화 (Romanization) 시킨다. 바르샤바는 왈서 (Warsaw), 모스크바는 모스코우 (Moskow), 베오그라드는 벨그레이드 (Belgrade), 쾰른은 콜론 (Colonge) 우리나라에서 코롱이라고 불리는 향수 라고 읽는다. 쾰른은 독일어로 쓰면 Köln인데 콜론 Colonge과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나는 느낀다. 읽히는 것도 다르고. 중국의 수도 북경은 지금이야 Beijing이라고 부르지만 여전히 피킹 (Peking)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엥 베이징과 피킹은 너무나 다른 소리인데. 처음 교환학생을 갔을 때 피킹 아크로바틱 쇼 (Peking Acrobats)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다 보고 나서도 피킹이 북경을 뜻하는 건지 몰랐다. 그냥 내가 모르는 단어겠거니~했다.






재미난 건 우리나라가 잘못 부르고 있는 단어도 있다는 걸 정말 최근에 알았다. 바로 남아공에 있는 요하네스버그 (Johannesburg). 남아공에서는 요르단처럼 J를 Y발음으로 하나보다 생각했다. 근데 남편이 죠하네스버그라고 하는 거다. 남편이 남아공에서 산 적이 있었지만 이 무지한 미국 놈 또 영어식대로 제멋대로 읽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헐. 찾아보니 진짜 남아공에서는 죠하네스버그라고 읽는다. 뙇.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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