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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un 27. 2021

미국미국한 풍경

끝없는 옥수수와 콩밭

친구들과 로드트립을 할 때 내가 가장 들떴던 적은 바로 지평선을 만났을 때다. 우리나라는 워낙 산이 많으니까 지평선이라는 걸 본 적이 없다. 근데 미국은 땅덩이가 너무나 넓으니까 로드트립을 하다 보면 진짜 끝이 없는 길이 이어진다. 어떻게 땅이 저렇게 광활하지 싶다. 지평선을 보는 게 내겐 너무 생경했고 신기했고 재미났다. 그래서 사진도 많이 찍음.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나는 광경이었다.


라덱이 찍은 사진


이런 지평선 또 언제 볼까 싶었는데. 박사 졸업하고 직장도 중부에 잡게 되다 보니 중부에서 10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생각보다 지평선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시댁이 완죠니 미국 중부 시골에 살기 때문에 시가에 갈 때마다 지평선을 구경할 수 있다. 자주 보면 보통 감흥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지평선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재미난 게 기억이 났다. 우리 동네 폴댄스 학원에서 나를 가르치던 강사는 그 동네 출신이었다. 그러다가 폴댄스 무슨 워크샵을 간다고 LA에 갔다. 난 뭐 그런 가보다 했다. 근데 그 강사 인스타에 이런 사진이 올라왔다. "우와! 바다에 처음 와 봤다! 모래가 너무 곱고 좋다"하면서 막 신나 가지고 텀블링하고 물구나무 서고 난리를 치는 사진을 올렸다. 롸?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고요...?



우리나라는 반도니까 어느 쪽으로 가나 (오브 코스 북쪽 제외) 바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지하철 타고도 바다에 갈 수 있으니. 근데 미국은 땅덩이가 너어어무 넓다 보니 본인이 나고 자란 주에서만 사는 사람도 많다. 미국 땅이 얼마나 크냐면, 중부에 있는 웬만한 주는 남한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 중부에서 태어난 사람은 바다를 보려면 장장 스물몇 시간 넘게 운전을 해서 가거나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그러다 보니 우리 폴댄스 강사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바닷가에 가본 적이 없었던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부에서 나고 자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닷가를 본 게 대학교에 가고 나서라고 했다. 대학교에서 육상선수를 했었는데, 육상대회가 서부에서 열려서 그때 처음 바다에 가봤다고 했다. 헐!






각설하고 시가에 갈 때마다 보이는 끝없는 옥수수밭과 콩밭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에릭네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밭에 동 떨어져서 사는데, 거길 가면 "아 농사는 이렇게 지어야 규모의 경제가 나겠구나"를 느낀다. 시할아버지네 밭은 할아버지 소유이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서 직접 농사를 짓기 힘드니까, 옆집(이라고 해도 한참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농사를 맡겼다. 그니까 옆집 사람은 소작농이자 본인 밭도 일구는 농부다. 


한국에 다녀오고 나서 지금 시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시할아버지네 갔었는데, 역시나 탁 트인 밭이 너무너무 멋졌다. 뭔가 옛날 윈도우즈 배경화면 보는 느낌이다! 나도 이제 밭을 하도 많이 가다 보니 옥수수와 콩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ㅋㅋ 옥수수가 막 자랄 때는 키가 작아서 콩이랑 구분을 못했는데 이제 콩과 구별을 할 수 있다. 밭에서는 매년 콩과 옥수수를 번갈아가면서 심는다. 올해는 콩을 앞쪽에 심었고 뒤쪽에는 옥수수가 자란다. 작년엔 반대로 앞쪽에 옥수수가 있었다.





작년에 코비드 덕분(?)에 시가에 좀 자주 갔는데, 갈 때마다 에릭 할아버지네에서 키우는 옥수수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갈 때마다 쑥쑥 자라 있는 옥수수! 신기했다. 옥수수가 얼마나 빼곡히 심어져 있던지! 옥수수 밭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들어갈 공간이 많지가 않았고 옥수수 이파리가 팔다리를 계속 긁고 벌레도ㅠㅠ 그리고 더 심각한 건 옥수수가 내 키보다 높으니까 들어갔다가 길을 잃으면 죽겠구나 싶었다. 호우~ 스케일이 큰 미국이다.




왼쪽 위: 작년 7월

오른쪽 위: 작년 8월

아래: 작년 10월


자 여기서 감상포인트는요!!!! 팬데믹 초기에는 그나마 원피스라도 입고 다녔는데, 10월이 되니 츄리닝만 입고 다니게 됐다. 실제로 나는 팬데믹 전에는 조거 팬츠나 츄리닝 바지가 없었다. 운동할 때는 레깅스를 입었고 집에서 평소에 있을 때는 잠옷 바지를 입었으니 굳이 조거 팬츠가 필요가 없었다. 근데 팬데믹이 시작되고 지금 내 옷장에는 조거 팬츠가 한 5벌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는 레깅스를 못 입겠다. 헐 이렇게 꽉 조이는 걸 입고 내가 운동을 했다고여? 절레절레. 이제 츄리닝 없이 못 살게 됐다.






암튼 운 좋게 작년에 옥수수 수확하는 장면도 봤다. 중학교 때 기술 시간에 콤바인이라는 거에 대해서 배웠는데 실제로 콤바인을 처음 봤다. 게다가 이웃집 소작농(?)분이 직접 콤바인을 운전하면서 다다다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었다. 엄청 빠르더군요. 중학교 때 배운 게 내 눈앞에 돌아다니니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더 신기했던 건 바로!!!! 요즘 콤바인에서는 옥수수에서 알갱이만 탈탈 털어서 분리된 채로 수확된다는 거다. 밑에 사진에 콤바인 지붕을 보면 노란색이 수북이 쌓여있는데, 저게 다 수확한 옥수수 알갱이다. 저기가 꽉 차면 덤프트럭에 가서 비워 놓고 다시 와서 수확한다. 여기서 나는 옥수수들은 사람이 먹는 스위트콘이 아니고 동물 사료용이라고 한다.




그치만 이것보다 더 신기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저 콤바인에 GPS가 달려 있어서 위치마다 수확량이 기록이 되고, 알갱이 속 수분 함량까지 기록이 된다. 훠우~ 기술의 발전 대단합니다. 수확이 끝나면 이렇게 나온 수확량과 정보를 지도로 뽑아서 시할아버지네 가져다준다. 밑에는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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