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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라KAYLA Aug 31. 2023

산후우울증이 일년 뒤에도 오나요?

나의 우울증&PTSD 고군분투기(feat. 케티아핀, 프라제팜)

어떻게 시작해할지 잘 모르겠고 어떤 말을 어떤 순서로 담아야할지몰라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이야기. 여기라도 털어놔야지 안 그럼 미칠 것 같다. 아니 이미 미쳐가고 있겠지.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기아나를 오고나서부터일지 아니면 그 전부터일지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 전 이야기 때문일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늘 우울감은 있었다. 어릴떄도 컸을때도 지금도.


근데 이제 한계에 다다른듯하다. 왜냐면...아주 작은 문제에도 의지를 잃어버린다. 살아야할 의지를.

그리고 내 우울을 배경으로 두고 배우자로 인해 느끼는 좌절감, 절망감 또 분노감은 이런 나를 더 극한으로 몰아간다.


들어주는 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있긴 있구나.

그걸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있었다.

여기서 아무도 없이 나 혼자인 줄만 알았는데.

내 프랑스어로도 통하긴 통하는구나...


둘째임신때가 종종 생각난다. 그래도 할말했다.

뱃속아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 근데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기는 했다.

큰아이때와는 다르게 내가 신경도 못쓰고 내 시간도 못갖고 태교도 못하고

그저 큰애 챙기기 그리고 이삿짐싸길 바빴으니까...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낳은 기억은 나지만 그 뒤로의 기억은 뜨문뜨문난다,

나는 기억력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징그럽게 좋다는 소리도 들었다) 대부분 '아 그 때 그랬지, 그떄 걔가 파란 넥타이 한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하는 말은 듣질 않고 입술이나 삐죽대던데, 그리고 입가를 검지와 엄지로 닦더라. 더럽게.' 이런 수준...


근데 둘째아이의 모습이 잘 생각이 안 난다. 물론 출산후유증일수도 있겠지만 무통주사를 맞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정말 생으로 낳았는데...핸드폰 사진첩에 아이 얼굴이 있고 예쁜 옷도 입혀서 사진도 찍어주곤 했는데, 기억이 없다. 너무 힘들었나보다. 그리고 이사를 와서도 이삿짐을 푸르고 정리하고 여기 기후에 맞추고(적도기후)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집에서 둘째 케어하고 데리고 있고 장보러 다니고 매일매일을 살았는데 그 매일이 잘 기억나질 않는다.


둘째는 유독 잠에서 자주 깬다. 잘 울면서 깨고 무서운지 어쩐지 새벽에 일어나서 통곡을 할 때도 있고 그때 아이의 울음소리에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서 아이 방으로 간다. 어떻게든 빨리 달래서 재우려고, 그래야 신랑이 일을 가니까. 그리고 신랑이 한 말이 잊혀지질 않는다.


"새벽 3시 전에는 깨우지 마. 나 출근하니까. 그전에는 자야돼"

이 말을 듣고 처음엔 귀를 의심했고 그 뒤로는 배신감도 들었고 마지막으로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렇구나. 너는 일을 하고 나는 집에서 애보는 게 일인데 너는 그게 일이 아니구나.

너는 너 일만 일이구나. 나는 새벽부터 밤까지 계속 아이한테 메달려서 있는데...

이런 나를 보고 신랑은,

"기관에 맡겨, 그리고 너도 일 해." 라고 말한다.

나는 더 기분이 상해서, 자존심이 상해서 일을 안 했다. 집에서 아이와 있었다.


너무 덜컥 결혼을 했다. 결혼은 그럴 수 있는데, 아이는 그러지 말걸.

이 아이들은 자기들이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우리가 태어나게 한 건데,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내가 저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을 네 아비라고 골랐구나. 미안해서 어떻게한다니 아가야. 이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오늘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을테다.


내가 먹는 약은 케티아핀 50mg, 앞으로 300까지 갈거라고 했다.

내 어린시절 학대 트라우마와 또 다른 트라우마들이 합쳐져서 플래쉬백이 있고 또 내 상태가 너무 불안정해서...근데 그냥 죽고만싶다.

죽으면 다 끝날 일.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면서, 아이가 자기 전 옆에 누워서 비행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됐다. 이런 모습을 죽기전에 본다면 좋겠다. 아이는 내 생각보다 더 잘 자라겠지.

잘 크겠지. 이런 애미라서 미안할 뿐이야. 내가 이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서. 그저 미안해.


신랑하고 아주 작은 걸로 다툴때는 뭐 이런걸로 이렇게까지 싶지만 이런걸로 그렇게까지 되서 죽고싶던데. 그냥 제발 죽여달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온던데. 그냥 끝내고 싶어서. 다 보기 싫고.

아이가 이쁜 것 이쁘지만 그냥 죽고만싶어서.

살기는 싫고 죽고만 싶다.


오늘 의사가 그랬다. 사실 의사가 하는 말도 잘 없고 80%는 내 이야기만 하다가 오는데 의사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 이야기를 털러간다. 근데 하는 말이...


별거 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잠시 떨어져 있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입원하는 것도 좋을 수 있어요. 그러면 병원에 찾아와서 어떤지 보고 상태를 보고 본인(신랑)이 느끼는 게 더 있을 수도 있고 쉴 수가 있잖아요. 근데 병원에 있는동안 과연 아이한테 소리 안 지를까? 자기가 잘 참을 수 있을까? 참는다는 표현은 무섭다. Gerer 관리하다. 관리할 수 있을까?


신랑은 아이한테 자주 이렇게 말한다.

내가 세 번 말했어. 하지 말라고 했어.

So what ? 말하던지 말던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데. 몇번인지.

아이가 잘 알아 들었어도 또 뒤돌아서면 까먹는게 3살 4살인데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


애초에 내 탄생이 잘못됐다. 태어나질 말았어야했다.

그럼 이렇게 힘들지 않을텐데. 나는 내가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현지 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우울증이니까 무슨 책을 읽어라, 고전문학 속에서 행복을 찾아라 하는데 뭔 개소리?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한글로 번역된 고전문학을 읽는 것도 힘든데....발자크를 읽으라니..


그래도 아이들은 웃는다.

오늘 병원에 다녀온 나를 발견한 큰아이가 뛰어와서 날 부둥켜 안으면서 말했다.

"엄마 잘 갔다왔어? 많이 보고싶었어. 엄마 보고싶어서 내가 막 찾았어."

이런 스윗한 아들이 있다, 나에게.

그리고 자기전에 와서 하는 말이

"엄마, 내가 엄마 많이 사랑해, 잊지마. 절대로 까먹지마"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그래도 아이한테 내 우울을 딪고 예쁜 말들을 잘 해주는 편인가보다.


내일은 아침부터 직접 다른 상담센터에 찾아가서 예약을 잡아야한다.

나...나아질 수 있을까?

희망이 있을까?

희망이 뭘까?

사는 게 뭘까? 죽는건 어떨까?

나아진다는 게 뭘까?



아주 오래된 고민이다.

나는 왜 살까...아니 왜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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