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욕구, 인정욕구
약을 먹고 있다. 효과는 2주 뒤부터 반응한다고 하는데 아던 효과가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감도 잘 안 오고 설명도 자세히 듣진 못하였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여전히 약간 맹한 상태이고 아이기 내 뜻에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화가 올라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난…. 배우자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매우 많은 것을 알았다.
여보 내가 이만큼 힘들어
내가 힘든데도 이만큼 노력한 거야
나를 다그치면서 널 이만큼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한 거야
내가 이렇게 발버둥을 치며 살려달려 달라고 하는 중이야
내 말이 다 맞다고 해달라는 게 아니고, 그냥, 내가 하는 말을 제발 잘 들어줘.
내가 여기에 와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네가 좀 알아주면 좋을 텐데… 내가 얼마나 힘들게 나를 몰아치며 아이에게 웃어주고 있는지를 너라도 알아주면 좋을 텐데…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너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 아이가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니고 우리가 아이를 세상에 불러냈다는 걸 잘 담아두면 좋을 텐데. 내가 얼마나 너랑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네가 알아주면 좋을 텐데.
너의 스킨십보다도 나는 네가 나를 바라보는 안쓰러운 눈빛, 미안한 눈빛, 그런 진실된 눈빛을 보여주면 더 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왜 그랬을까? 낳아보니 부모가 더 이해가 안 간다.
낳고 살아보니 신랑이 더 이해가 안 간다.
세상은 돌아가는데 결국 그냥 나 혼자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혼자, 이걸 나눌 사람도 없고… 그냥 혼자구나.
아이들을 대하는 게 이렇게까지 힘에 부친 적이 없었는데 내가 나약한 걸까 아니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는 걸까?
내가 힘들면 힘든 건데 이걸 왜 남들의 잣대에, 평균잣대에 맞추고는 그에 맞나 안 맞나 재보는 걸까?
왜 내 힘듦과 슬픔에 당당하지 못할까?
지쳐.
이 모든 생활이 지쳐.
이게 몇 년째인지…. 삶은 힘든데 중간중간 보석 같은 순간이 찾아와서 힘듦을 또 망각하고 버티고 산다는데 지금은 너무 지친다. 보석이고 돌멩이고 그냥 다 필요 없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다.
나의 선택이 만든 오늘이기에, 이건 내 탓이다.
그러니 내가 끝내는 것도 맞는 것 같다.
사진을 뭘 올려볼까 생각하며 열어보니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보인다.
저 아이들의 얼굴에 엄마가 자살했다는 그림자가 드리우면 안 되는데…그 생각뿐이다. 그래서 버틴다.
정말이지 그 하나의 이유로 버틴다.
버틴다….. 이런 나를 좀 알아주면 좋을 텐데….
대답 없는 외침에 목이 쉬어버린 지 오래다.
버틴다…. 아니 버텨야 하는 것이 더 맞다.
이렇게 지진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