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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재즈, 재즈

어찌어찌 쓰는 글

by 은규 Mar 21. 2025

그곳의 봄은 애처로운 맛이었다.


늙은 카세트는 눈을 감는다. 그러곤 잔뜩 쌓여버린 겹겹의 세월을 되감는다. 희끄무레한 푸른빛의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색소폰이 흐른다. 맞은편 여자와 나의 담배연기가 야릇하게 뒤섞인다. 흐릿한 영혼들이 선율을 타고 추는 왈츠는 왠지 서글프다. 그러다 아주 천천히, 소리 없이 사라진다. 미적지근한 비엔나커피를 조금 홀짝인다. 다시 담배를 문다. 비로소야 재즈가 완성된다. 낡아빠진 나무바닥을 몽롱한 얼굴의 고양이가 지르밟으며 걸어간다. 사뿐사뿐. 그곳의 턱 끝까지 숨 막히는 밀도 속에서 그 어떤 생명체보다 우아하다.


모든 결핍이 해소될 때 즈음 글 쓰는 행위가 성가셔 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심정이다. 어떻게 살아야 글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종이와 펜, 빨간 말보로를 들고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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