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법
혼자 살면서 알게 된 것인데, 나는 표출을 통해 연명하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짓거리가 밥 먹여주진 않는다. 그래도 공기청정기 정도의 쓰임새는 되는 것 같다. 숨통이 트이거든.
런던에서 만난 동갑내기 인연들(M과J)과 며칠 전 서울에서 한잔 기울였다. 한번 본 사이임에도 그날의 대화는 20년 지기 친구와의 새벽 통화처럼 깊고 단단했다.
J는 창조성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창작 행위가 뻥 뚫린 구멍을 메우고,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게 한다.
-지성화, 몽상, 합리화, 승화, 특히 상처를 지닌 채로 있는 그대로 남에게 받아들여지기. 이 모든 것이 글쓰기로 가능해진다.
뻥 뚫린 구멍을 메우고, 상처를 지닌 채로 있는 그대로 남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어 미쳐버리겠다. 무소의 뿔처럼 단단한 것이 삶이라 여겼다만, 혼자 살아보니 알겠더라. 내 세계의 밀도는 아주 연약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