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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 Jun 01. 2021

멀쩡한 난소난관을 절제했다

브라카유전자 변이로 인한 예방적 단일복강경 난소난관절제술후기

 요즘은 입원을 하려면 무조건 환자 본인과 상주 보호자 1인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 검사가 너무 겁이 났던지 아침부터 속이 울렁거렸다. 먼저 검사를 받고 온 남편이 인터넷에 떠도는 후기는 오버라며 별 거 아니던데?라고 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종합병원이라 그런지 긴 면봉으로 코만 찌르는 게 아니라 입 안도 찌르는데 눈물이 핑 돌고 구역질이 나고 면봉이 들어간 코 쪽은 콧물이 한참 그렁그렁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당일 자정쯤 해서 음성 결과를 받고 다음날 오후에 입원했다.  복강경 수술은 3박 4일 동안 입원한다.


 출산 전 3주 넘게 입원했던 경험도 있고 엄마의 암 치료 때문에 병원을 하도 들락날락해서 그런지 익숙하게 입원 수속과 수술 전 준비를 마쳤다. 수술 당일 정도만 보호자가 있으면 될 것 같아 남편에겐 내일 수술 전에 와달라고 했고 수술은 오전 8시 첫 수술로 잡혔다. 별문제 없이 가져온 짐 정리하고 수술 동의 등 사인도 하고 쉬고 있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이미 입원해계신 할머니 환자분이 추우시다고 방 온도를 올려둔 데다 수술 때문에 심란했던지 혈압이 말도 안 되게 오르고 체온도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혈압강하제를 맞고 겨드랑이 사이에 얼음팩 넣고서야 진정되었다. 


 복강경이라 수술 당일 00시부터 금식이었는데 어차피 저녁부터 관장도 할 거고 해서 저녁은 신청하지 않았지만 너무 배가 고플까봐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 하나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관장약을 먹었다. 한참 아무 신호도 없고 해서 크림으로 셀프 제모 후, 누워서 쉬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관장약을 넣어주셨고 최소 5분에서 10분을 참아보랬는데 대장내시경 같이 완전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적당히 참았다가 화장실 들락날락이 시작되었다. 5인실을 쓰다 보니 다른 분들에게 피해 갈까 봐 신경이 많이 쓰여서 수술 전날은 1인실이면 좋았겠다 싶기는 했다. 전혀 잠이 오지 않았지만, 수술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했다.


수술 당일

 보통 예정된 수술 시간보다 미리 수술장에 들어간다. 남편에게 8시 수술이니 여유있게 7시쯤 오라했더니 코로나 검사 결과 확인 등 여러가지 체크 후에 7시 10분쯤 병실에 올라왔다. 만나서 인사 좀 나눈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동침대에 실려 수술장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실려 수술장 들어갈 때의 기분은 무섭고 떨리다기 보다 멋쩍고 이상했다. 제왕절개 때는 처음 겪는 수술과 곧 아이를 만난다는 생각 때문인지 오히려 설렜던 것 같기도 하다.


 수술장 내의 회복실에서 또 한참 대기하고 마취 관련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또 대기. 이제 수술실 들어갑니다, 소리와 함께  이동해 드디어 수술실에 도착했다.  수술 준비로 바쁜 소리를 들으면서 마취는 언제 하려나 싶었는데  "환자분 일어나 보세요, 눈떠보세요" 소리에 깨어보니 어느새 회복실이었다. 전신마취 수술 후에는 심호흡이 중요하다고 들어서  복식호흡 해야지 하는 순간 너무 추워 몸이 덜덜 떨리고 배가 화끈화끈 불로 지지듯이 아팠다. 제왕절개했을 때는 개복 범위가 작긴 했대도 회복실에서  통증이 거의 없었어서 쉽게 봤는데 정말 아팠다. 제왕절개는 하반신 마취고 이번에는 전신마취라 그 차이인가.. 생각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괜찮냐고 물으시기에 너무 춥고 아프다고 하니 진통제를 두 개 달아주셨고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셨다. 진통제가 들어가서인지 조금 참을만해졌고 그렇게 십여분 지났나? 진통제 다 들어갔다며 병실로 이동하게 됐다.


 수술은 총 1시간 30분이라고 하셨지만, 7시 20분에 수술장 들어가서 병실 올라오니 10시 20분이 넘었다. 간단한 단일 복강경 수술이라고 했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가족들이 걱정이 많았나 보다. 무통주사 덕분인지 좀 진정이 된건지 병실에 올라와서는 거짓말처럼 별 통증이 안느껴지고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다만 마취제 영향으로 자꾸만 잠이 오는데 2시간은 자지 말고 심호흡해야 한단 소리에 가물가물 놓으려는 정신을 꼭 붙잡고 버티는 게 가장 힘들었다. 계속 심호흡하며 참고 참다가 2시간 지난 후에 잠깐 잠이 들었다.


 오후 늦게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을 때, 상태 괜찮다고 했더니 웃으시며 압박하려는 건 아닌데 한 번 살살 걸어보라고 하셨다. 수술 후에는 장폐색, 장유착 등을 막고 빠른 회복을 위해 많이 걸으라고 한다지만 아무리 복강경이라도 수술 당일날 걸으라고? 좀 놀라서 이따 봐서 걸어볼게요~ 라고 말씀 드렸다. 막상 걸으려 해도 아직 소변줄도 달려있고 왠지 겁이 나서 시도하지 못했는데 회진 때 교수님이 수술 너무 잘됐고 몸 괜찮거든 걸어보라고 재차 말씀하셔서 슬슬 몸을 일으켜봤다. 잔뜩 긴장해서 천천히 일어서는데 어라? 되네? 조심조심 일어나 소독액으로 더러워진 환자복을 갈아입고 병원 복도를 두 바퀴 걷고 왔다. 걷기도 가능하고 일어설 수도 있어서 소변줄 빼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간호사 선생님이 수술 당일에 빼는 건 한 번도 못 봤다며 안된다고 하셨다. 소변량 체크하고 소변통 비워주고 하는 일을 남편에게 부탁하는 게 좀 민망해서 빨리 소변줄을 빼고 싶었는데... 실패.


수술 이튿날

 수술 당일은 물 포함 금식이었고 다음날 아침부터는 가스가 나오지 않아도 미음 - 죽 순서로 소화되는 것을 봐서 식사량을 늘린다. 그래서 하루동안은 먹는 것, 마시는 것, 그리고 소변/대변량을 모두 적어야 한다. 그리고 아침에 소변줄을 빼고 3시간 이내엔가 직접 화장실에서 소변을 봐야 하는데 이게 꽤 중요하다고 했다. 

 아침식사로 나온 미음은 그냥 멀건 미음만 나올 줄 알았더니 웬걸, 동치미 국물도 나오고 두유도 나오고 뭔가 푸짐했고 맛있었다. 가스가 빨리 나오는 게 좋겠지 싶어 식사 마치고 병동을 천천히 걸었더니 배가 부글부글~ 복강경 수술은 복강 내에 가스를 주입하는 거라서 수술이 끝나도 가스가 다 나오지 않아 배가 빵빵한데 많이 걸어서 가스를 빼지 않으면 가스통으로 고생한다고 하셨다. 걷기 덕분인지 순조롭게 소변도 보고 가스도 나왔다. 점심 식사는 호박죽에 된장국에 장조림에 도토리묵에 반찬이 한가득 나와서 환자식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 날은 많이 걷자 싶어서 먹고 걷고 쉬고를  반복했더니 하루 동안 12,000보를 걸었는데 수술 다음날 환자치고 너무 무리했던 것 같다. 그나마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인지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맨발에 크록스를 신고 걸어서 물집이 잡혔다. 많이 걷고 가스가 나왔는데도 여전히 배가 빵빵하고 불편해서 퇴원하고서도 걷기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퇴원일

 퇴원 날은 아침 식사 후, 상처 부위 드레싱 받고  퇴원 설명을 들은 다음 10시쯤 퇴원했다. 따로 음식을 가려먹거나 할 필요는 없고 3일 치의 진통제, 변을 무르게 해주는 약 등을 받았다. 퇴원 설명서에는 바로 샤워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드레싱 해주신 선생님이 상처 부위의 반창고가 방수될 것 같이 보여도 되지 않으니 수술 후 일주일은 샤워도 안 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몹시 찝찝했으나 일단은 일주일을 버텼음. 통 목욕은 4주 이후에 가능하고 걷기 같은 운동은 바로 가능하지만 등산 등의 격한 운동은 역시 4주 후에 해야 한다. 복부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이나 무거운 물건 드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퇴원하고 샤워는 못했지만, 혼자서 머리 감기도 성공. 엄마가 도와주신다고 했는데 일어서서 고개 숙이고 혼자 머리 감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수술 후

 내 경험상 복강경 수술은 크게 힘든 수술이 아니었다. 다만 나는 제왕절개 때도 수술 다음 날 저녁부터 힘겹게 걸을 수 있었고 이번 수술 때는 당일 저녁부터 걸었는데, 회복이 빠른 편이고 원래 좀 잘 참는 편이어서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쨌든 내 경우, 복강경 수술로 2주의 병가를 받았지만 컨디션이 수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퇴원 다음 날에도 엄마와 나가서 만보를 걷고 들어왔고 수술 후에도 매일 8천보에서 만보 가까이 꾸준히 걷고 있다. 집안일도 바로 가능했고 병가가 끝난 2주 후에는 2박 3일 캠핑도 다녀왔지만, 아이를 들어올려 안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은 조심했다. 걷기 외의 운동도 지양했고.

 하지만 지인 중에는 복강경 수술 후 병가 기간 동안 체력적으로 고생하거나 수술 후 통증이  심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언젠가 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보다는 속 시원하게 수술 받고 지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수술 자체보다는 갱년기 증상이 오히려 더 걱정해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경우의 누군가라면 나는 무조건 수술하라고 권유할 것이다.


 수술한지 어느 새 두 달 가까이 되었고  잘 지내고 있다. 수술하고 한달 쯤 지났을 때, 자는데 더웠다가 추웠다가 해서 이제 갱년기 증상이 시작된 걸까? 싶었지만 지속되지 않는 걸 봐서 유난히 빨리 찾아온 더위 탓으로 돌리기로.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별 증상 없이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체온 조절이 잘 안되는 것 같고 불면이 심해져도 원래 그랬지- 날씨가 더워져서 그렇겠지- 하면서 좋게좋게 생각하는 중이다. 결국 갱년기 증상도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끝으로 병원비 관련해서 걱정하는 분을 더러 봤는데 보험에 가입했다면 실비와 수술비 등이 전부 나오니 걱정할 필요 없고 참고로 수술비는 3박 4일 입원에 70만원 초반대였다.(병원마다 다름) 그리고 원래 양측 난소 절제술은 보험의 질병후유장해 대상이지만, 예방적 절제는 질병적인 요인이 아니어서 받을 수 없음.  양측 유방절제술은 금액이 아주 크니까  예방적 절제술로는 우선 고려대상이 아닐 것 같다.  유방암 정기 검사 비용은 비급여라 부담될 수도 있을듯. (나는 6개월마다 유방초음파와 엑스레이를 찍을 생각인데 비용은 아직 모르겠다.)


 어쨌든 브라카 유전자 변이로 수술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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