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렌포 Mar 17. 2017

대기업이 맞지 않는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라고요

  우리는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자신을 전문화를 시키기 시작합니다. 어떤 분들은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기도 하고 (곧 없어질 테지만;;) 어떤 분들은 특정 기술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대학에 가면 더 세분화되어 과를 선택하게 되고 대학원에라도 가면 선택한 과에서 더 세분화된 분야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화를 시키던 인재들이 어느 순간부터 모두 같은 것을 공부하게 됩니다. 자신들은 나름 큰 방향성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꿈을 위해 모두 같은 것을 공부합니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차별성을 잃어갑니다.


 얼마 전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라는 다큐멘터리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뒷북 이어도 한참 뒷북이긴 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큐를 보면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방송을 보면서 좀 의아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사연을 가진 자들의 공통점이 모두 국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는 대기업 출신들이라는 건데, 학교 때부터 열심히 '스펙'을 쌓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대기업에게 또는 자기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스스로의 꿈을 찾아 과감하게 대기업을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 안정적이고 편안한 자리를 박차고 나와 훨씬 더 힘든, 하지만 즐거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들이 대단한 결심을 한 용기 있는 사람처럼 말하죠. 마치 대기업에서 일하는 모두가 자신의 직장을 싫어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결심을 한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 용기조차 못 내는 사람들도 있고 주변 여건 때문에 이미 선택권을 박탈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거기에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창업 기나 성공스토리, 심지어 채용공고에도 이전 직장을 언급합니다. oo기업에 다니다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 xx기업 출신 경영진 등 마치 대기업을 다닌 경험이 창업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마치 그 사람의 능력이나 노력의 척도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현재 대기업에 다녀본 적 없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까요? 대기업에 갈 스펙이 없는 사람은 정말 스펙이 부족한 사람일까요?

사람마다 다양한 업무성향이 있는 만큼 대기업의 업무 스타일이 맞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대기업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개인이 볼 때 불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일지라도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짜여진 체계에서 많은 인력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또 기업이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채용을 하는 이유도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대우를 해줌으로써 원하는 인재를 먼저 선점하고자 하는 목적 또한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저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을 보면서 잘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진작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분명 미리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해야만 했던 현실이 아쉬웠고 또 그 현실을 그대로 밟아가는 사람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조금 더 일찍 자신을 돌아봤더라면, 조금 더 일찍 자신의 꿈을 찾았더라면, 맞지 않는 기업에서 후회되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수도, 스펙 쌓기에 연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경험도 앞으로 살아가는데 또 다른 밑거름이 되겠지만요.


  우리가 높게 평가해야 할 사람은 대기업에 들어갔다 꿈을 찾아 뛰쳐나온 사람이 아니라 진작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의 '방향'을 찾은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창업이든 중요한 게 아니게 되겠죠.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일'을 선택하는 데는 수많은 '선택'이 필요하며 그 '선택'이 축적되어 현재로 나타납니다. 모든 선택에는 그 선택을 통해 얻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며 이 선택으로 인해 오는 이익과 불이익은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무게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다른 사람의 선택은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잃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다른 사람 역시 우리의 선택으로 얻는 것들에 대해 부러워하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기업에 있고 어떤 일을 하던지 그 선택은 결코 잘못된 선택은 아닙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애초에 '스펙 쌓기'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하고 처음부터 바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그 과정 속에 생기는 몇 가지 불이익은 감수해내며 좋은 선택이든 그렇지 않든 만족과 아쉬움 사이에서 조금씩이라도 원하는 것을 하나씩 채워가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는 글이 돼버렸지만 대기업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고도 싶었고 필자가 대기업에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들리는 대기업, 또는 대기업 출신인 사람들에 대한 인식에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혹자는 정신승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에 하나의 의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대기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절대 게으르게 살고 있진 않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iOS 개발자는 외롭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