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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May 29. 2023

여전히 충전하는 곳! 주유소

앞으로의 주유소에서는 무엇을 충전하게 될까?



공중 공원 속에 카페인 충전소 스타벅스


이곳은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중앙부 4층 옥상에 자리 잡은 스타벅스는 주유소와 카페를 섞은 컨테이너 형태의 흔치 않은 매장입니다. 카페가 카페인을 충전하러 오는 곳이라는 것에 착안해 스타벅스와 주유소를 섞었다고 합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마치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듯 커피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충전한다는 뜻이라고 하요. 이는 후지와라 히로시의 기획이며 그는 수영장, 당구장, 주차장, 편의점을 패션 매장과 섞는 것처럼 전에 없던 기획을 하면서 업계를 뒤흔든 인물이라고 합니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선구자이며, 1990년대 일본에 힙한 문화를 들여온 장본인으로 일본 최초의 힙합 디제이로 활약하며 다양한 음악을 섞었다고 하더니 결국 2010년대 들어서는 공간을 섞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미야시타 파크 카페인 충전소 (C) 베쯔니



참고로 그가 캐릭터가 다른 두 공간을 섞은 예로, 더 풀 아오야먀는 1970년대 지어진 저층 아파트 실내 수영장을 개조해 의류 편집숍으로 만들었고, 더 풀 신주쿠는 2015년에는 이세탄 백화점 신주쿠 지점에 옷 가게와 당구장을 결합했다고 합니다. 더 파킹 긴자는 2016년에는 도쿄 긴자의 소니 빌딩 지하주차장에 의류 편집숍을 섞어 어둡고 칙칙한 지하주차장에서 프라그먼트 디자인 한정판 의류를 쇼핑하는 희한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오픈하자마자 도쿄의 핫스팟으로 등극했다고 했다고 하네요. 편의점 더 콘비니는 2018년 소니 빌딩에 새롭게 문을 연 매장에 옷을 식료품처럼 포장해 판매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브랜드 보이님이 쓰신 Mix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





결국 후지와라 히로시가 섞은 공간이 옷 가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타벅스로부터 도쿄 미아시타 공원에 들어설 매장의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도 후지와라 히로시는 또 섞었다고 하네요. 스타벅스가 특정인물과 콜라보 매장을 만든 건 후지와라 히로시가 처음이었고요.


수영장, 당구장, 주차장, 편의점에 이은 주유소에는 비슷한 맥락인 충전이라는 컨셉이 깔려 있습니다. 미야시타 스타벅스점에는 주유소와 커피 매장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매장과 유니폼 디자인에 주유소 모티브 활용해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고 하죠. 또한 미야시타 파크점만의 굿즈를 팔고 있는데 텀블러, 티셔츠 등 프라그먼트 디자인 콜라보 굿즈라고 해요.







사람과 자동차가 함께 충전되는 문화 공간 길동 채움


길동채움은 강동구 길동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 충전소입니다. 주유소 사업을 해온 SK네트웍스가 운영해 온 직영 주유소 '길동 주유소'를 허물고 새롭게 지은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곳은 자동차만 충전하지 않고 사람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설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서 이름도 '길동채움'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공간은 비워내는 기법으로 여백을 만들어 갔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충전하고 싶은 에너지는 여유와 휴식 혹은  문화생활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일까요... 내부에는 카페, 공유 주방 같은 시설을 지역 주민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카페인을 충전하는 카페로 테라로사 브랜드가 입점해 있습니다. 


지상 1층은 전기차 충전소 현대 EV스테이션, 1층 일부와 2층은 카페 테라로사, 3층은 SK매직의 첫 브랜드 공간 잇츠매직, 4층은 SK네트웍스 임직원만의 공간인 채움 라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층 카페에서 1층 충전소를 내려다보면서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차가 충전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이 길동채움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길동채움 (C) 김종오



앞으로의 주유소에서는 무엇을 충전하게 될까요?


요즘 우연찮게 자동차 관련시설과 주유소 부지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가 겹치고 있습니다. 현재 주유소 부지는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고 대로변에서 접근성이 좋아 부동산 가치가 높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거점형 자산입니다. 모빌리티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한 곳으로 평가받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용도전환 개발을 통해 미래 비즈니스 플랫폼 구현 중이며, 공간의 용도변화는 리테일 드라이브스루(DT), 도심형 물류센터(MFC), 가전 메가스토어, 전기차 충전소, 복합세차타운 등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전환에 속도를 낼수록 기름을 채우던 주유소는 유휴공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껏 산업이 변하면 우리에게 익숙했던 산업시설들의 미래도 변해 왔으니까요. 가까운 미래 주유소 부지에는 어떤 새로운 건축과 비즈니스가 들어서게 될까요? 여전히 무엇인가 충전하는 곳으로 남게 될까요? 우리는 어떤 공간과 어떤 니즈를 섞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게 될까요? 용도폐기된 산업시설에 건축적 변용으로 생겨나는 산업유산의 탄생은 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주유소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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