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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Jan 24. 2023

권한의 핵심부에 파장을 일으켜라

B2B 영업/세일즈 컬럼 기업영업교육전문가 박주민 대표

앤토니 파리넬로는 미국의 혁신적인 세일즈 트레이너로 그의 저서 SELLING TO VITO(최고 결정권자를 움직이는 영업 기술, 2004. 6. 20. 갬앤김북스)에서 고객사내 최고 경영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담판을 벌이라고 주문한다. VITO는 Very Important Top Officer를 뜻한다. 그가 영업 훈련에서 가장 인기가 없고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과감하게 선정한 이유는 본인 스스로 경험한 바를 토대로 설득력 있는 방법론들을 제시했기 때문인데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요약하면 ‘큰 위험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 접촉하는 것이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접촉하는 것보다 오히려 덜 위험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VITO에게 직접 세일즈 하라. 시간은 절약되고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등을 들 수 있다. 원작이 나온 것이 90년대 후반이니 벌써 20년이 넘은 책이지만 필자가 지금도 가끔씩 이 책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결국 최종 구매 결정이 권한의 핵심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컨센서스 형태의 의사결정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구도속에서 직접적인 VITO 대상 영업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예산이 집행되는 권한의 핵심부나 예산 집행에 관여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집행되는 예산 규모와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으므로 영업대표는 인내를 가지고 영업활동 일지를 작성하면서 차별화된 전략을 업데이트해 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원페이지 프로포절(one page proposal : 한 장짜리 간이제안서)형식으로 준비해 담당자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여기에는 고객의 효율적인 비용집행에 관한 영업대표의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권한의 핵심부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15분 정도 소요되는 브리핑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설령 만남이 당장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상관은 없다. 보내준 간이제안서가 권한의 핵심부에서 검토가 되는 것만으로도 일단 충분하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고객의 구매 결정이 다가오면 브리핑을 요청해 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구매 담당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이어지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렇듯 기업영업은 한번에 상대를 넉다운(knock- down : 한번에 때려 눕히기)시키기 보다는 여러번 잽(jap : 가벼운 연타)을 날려 서서히 무너뜨리는 방식에 가깝다. 이 잽에 해당하는 것이 작은 파장 곧 간이제안서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영업대표는 어느 순간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고려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때부터 영업대표는 언제든 권한의 핵심부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게 된다. 그것은 게임 체인저일 수도 있고, 슈퍼을의 모습일 수도 있다. 영업대표는 고객을 상대로 겸손해야 하지만 때론 단호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숙이는 자세가 영업에 꼭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유관부서의 특성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잘 조율해서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설사 객관적으로는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큰 차별점이 없더라도 고객사내의 조직별 특성에 맞추어 같으나 다르게 어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지면 시간이 갈수록 영업대표의 영향력이 발휘되어 고객사 내부에 파장을 일으킬 수가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부러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적절한 시기에 권한의 핵심부를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권한의 핵심부를 상대로 한 조직적인 영업활동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KT는 삼성전자와 오랜 세월 파트너이자 동시에 상호 고객사의 관계를 유지해온 대한민국 대표 통신 기업이다. 참고로 사업부에 따라 갑의 위치와 을의 위치를 서로 왔다 갔다 한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내에 전담 B2B영업 조직이 생기기 전까지는 IT 제품 그중에서도 주로 PC를 취급하는 조직이 금융, 공공, 유통 등 단위 조직에서 각개 전투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담 조직이 만들어진 후에는 사원에서 임원까지 KT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서버를 영업하는 조직에서 해당 고객사내의 네트워크 사업부 임원진을 통해 타 사업부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소개받아 정식으로 PC나 DMFP (디지털 복합기, Digital Multi Function Printer) 등의 제안 영업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제품 단위의 통합 오퍼링 영업이라고 하는데 이때 자사의 약점인 영역을 강점 영역으로 라인업화 해 권한의 핵심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삼성의 약점인 서버 제품에 강점이자 전략 제품군인 PC와 DMFP를 유료 번들(묶음 판매, bundle)로 제안하게 되면 권한의 핵심부에 보다 설득력 있게 파장을 일으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맨땅에 헤딩하기 영업에서도 권한의 핵심부를 노크하기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필수다. 필자는 전작 ‘프로미스’(2019. 4.10 더로드)를 통해 어떻게 하면 신규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고객들을 발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소개와 방법론을 제시했다. 서울 선릉역에 조그마한 사무실 하나 차려 놓고 영업인력 3~4명이 똘똘 뭉쳐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교육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필자의 경우 6개월 동안 1,300여개사가 넘는 기업을 상대로 8,500여통의 콜드콜링을 시도했고 이중 25%에 가까운 가망고객내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협상이라고 하는 교육상품을 제안했는데 필자는 관련 분야에 아는 인맥도 영업 경험도 전혀 없었다. 필자에게 있어서 쓸 수 있는 무기라곤 오직 인터넷과 전화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럴 경우 어떻게 권한의 핵심부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까? 우선, 인터넷만 잘 활용해도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기업과 관련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가 있다. 특히, 홈페이지나 공시 정보, 채용 정보, 증권사 리포트 등을 활용하면 간이제안서 작성에 필요한 웬만한 정보와 이슈들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권한의 핵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안내데스크 직원을 통한 영업부서와의 접촉도 시도했다. 대체적으로 필자가 구매 관계자인 줄로 알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그럼 영업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진솔하게 필자의 입장을 전하면 권한의 핵심부 즉, 구매와 관련된 부서 담당자나 리더들의 연락처 혹은 이메일까지도 얻을 수가 있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글쓰기 능력이다. 누가 보더라도 가망 고객사내에 리더들의 수준에서 읽힐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는 것이 관건이다. 취합한 자료와 정보들을 바탕으로 해당 회사가 왜 우리의 상품을 검토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심도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글쓰기가 제대로 완성이 되면 비즈니스 레터로도, 콜드콜링 스크립트로도, 영업상담시 대화 각본으로도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해진다.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가망 고객사내 리더그룹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때 글쓰기의 핵심은 상품이나 회사소개서와 관련된 정보는 맨 나중으로 돌리고 해당 회사의 이슈로 서문의 대부분을 장식해야 한다. 그리고 분석한 자료와 이슈를 바탕으로 자사의 솔루션을 세가지 정도로 압축해서 개연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검토를 위해 의사결정이 가능한 리더와의 만남을 정중하게 요청하면 된다. 지금까지 권한의 핵심부에 파장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과 사례들을 알아보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한 걸음에 목표 지점까지 다다를 수는 없다. 부디 작은 파장을 여러 번 일으켜 큰 파도로 만드는 과정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고객이의존하게만드는슈퍼을의영업

I pray for peace in Ukraine!!!

#기업영업교육전문가

#국내1호콜드콜링전문가

#대한민국명강사제229호선정

#삼성전자100인의영업인상수상

#26년차전문가영업전략적판매의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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