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하루 bear Shop&cafe
완연한 가을이 왔다. 초가을의 고요하고 따뜻한 노란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은 짧은 가을에 느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코 끝에 쌀쌀하게 느껴지는 공기와 함께 좋아하는 가디건을 입고 목적지 없이 걷다 보면 그보다 좋은 일상의 전환이 없다.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나누어 노란 시간을 갖고 나면 다른 일을 할 때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충전이 된다. 목적지가 없이 걷는 것도 좋지만 이런 가을 시간을 함께 나누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 나에게는(너무나도 흔할지 모르겠지만) 서촌이다. 집에서 꽤나 먼 곳이지만, 경복궁역에 내려 골목 사이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런저런 골목길을 염탐하며 다니다, 골목마다 찾아온 가을을 흠뻑 느끼고 찾아간 곳은 bear 카페.
베어카페는 오픈 시간이 짧고, 보통의 카페와 다르게 월, 화 이틀을 쉰다고 한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메뉴마다 나름의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자몽차와 에이드에 들어가는 자몽청은, 부산에서 모녀가 만든 정성 담긴 자몽청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워크샵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이라고.
디저트류도 많지 않지만 깔끔하다.
서촌 구석 즈음에 있는 것 치고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공간을 자세히 담기는 힘들었다.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는 6살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가 "아빠 화장시일--"하자, 사장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뛰어들어가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는 모습이 꼭 시골 이모부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만 많지 않다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있고 싶었지만, 몇몇 사람들이 기다렸던 터라 커피만 후다닥 마시고 나왔다. 기회가 된다면 평일 해 질 녘쯤 공간을 즐기러 가보고 싶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단 훨씬 좋은 베어카페를 많이들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마당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지금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