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내일을 하련다
지금의 저와 팀이 처한 상황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포정이라는 인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포정의 직업은 백정입니다. 그리고 탁월한 기술자이기도 하구요.
특히, 소 해체 작업에 정평이 나있었는데요. 그 기술은 신기에 가까워서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소에 손을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로 짓누르고, 무릎을 구부려 칼을 움직이는 동작이 모두 음률에 맞고 자연스럽습니다. 소가죽과 고기, 살과 뼈 사이에 커다란 틈새와 빈 곳에 칼을 놀리고 움직여 소 몸이 생긴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리고 기술의 미묘함은 신묘해 소의 살이나 뼈를 다친 일도 없구요.
그래서 포정해우(捕丁解牛)란 사자성어의 뜻은 어느 분야에 전념하여 거의 달인의 경지에 들어선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제가 좀 더 이야기를 풀고 싶은 부분은 조금 각도가 다릅니다.
포정은 두 팔을 살짝 벌린 채 당당히 서 있다.
칼을 든 손은 소의 마른 피와 기름으로 번들거린다.
다른 한 손은 칼을 쥐지만 않았을 뿐 칼을 쥔 손과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다.
쉴 틈 없이, 물 흐르듯이 몸을 움직인 탓에 호흡은 약간 거칠다.
하지만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는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포정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포정이 해체 작업을 끝내고 난 후 서있는 장면의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위 구절은 제게 큰 울림을 던집니다.
세상의 멸시와 무시를 독차지하던 한낱 백정이, 본인의 일을 마치고 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에서 절로 쾌감이 듭니다.
"남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내게 손가락질을 하든 관계 없다.
난 그저 물흐르듯 칼질을 했고, 과업을 완성했다."
라고 외치는 포정의 표정이 선명합니다.
무언가 몰두해서 일을 한 후 느끼는 성취의 쾌감은 늘 기분 좋습니다.
그 성취의 취기에 빠져, 하루하루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값진 삶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약간의 나르시즘일 수도 있으나, 뭐 어떤가요. 내가 열심히 일해서 그 기쁨에 취하면서 사는건 오히려 신나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삶을 추구하며 살고자 반성하고 노력하며 쇄신합니다.
위 장면은 우리의 일들과 닿아있지 않나 생각이 들때도 더러 있습니다. 규제는 어렵고, 외부 시선은 따갑습니다. 우리의 산업은 환영받지 못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네요. 남들의 시선과 편견에 개의치 않습니다.업에 대한 확신, 내 기술에 대한 의심없이 담담하게 만들어갑니다.
세상에 당당하고 담담하게 맞서는 모습에서, 포정의 기운을 느낍니다. 녹녹치 않은 시장 환경에서, 원칙과 신념으로 묵직한 걸음을 내딛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과정의 순간에서 환희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힘차게 한발 내딛습니다.
포정의 기술과 마음가짐이 깃든 우리가 되길 희망하며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