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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Jul 07. 2021

우리, 말로 합시다

2019년 3월 6일의 수습일기

그들은 억울해했다. 자신들은 총파업만 하는 집단도, 무작정 대화를 하지 않고 땡깡 부리는 그런 조직도 아니라고. 왜곡된 언론 보도가 자신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오늘 민주노총 김OO 금속노조 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민노총은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 총파업·총력투쟁을 벌였다. 3시간이 넘게 스피커 앞에 앉아 그들의 말을 받아친 탓에 아직도 귀가 멍멍하다.


 민노총은 정말 ‘그런 집단’이 아닐까. 물론 그들이 이유 없이 파업과 집회를 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3시간 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들의 대화 의지를 느끼지 못했다. 억울할 수 있다. 한국은 1991년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노동의 권리와 가치가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그들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억울하더라도, 대화 없는 일방적 주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1998년 사회적 대화기구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하고, 민노총은 이듬해 탈퇴했다. 노사정위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뀌고 나서도 민노총은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어쩌면 그들이 억울해하는 ‘그런 집단’의 이미지는 그들 자신이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더 이상 억울해하지 않으려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정부와 경영계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사, 국회, 자유한국당사를 지나며 야유를 퍼붓고, 욕을 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것보다 한 테이블에 앉는 게 먼저다.


 “우리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 여기서 말로 하자는 얘기는 벽을 보고 일방적으로 외치라는 뜻이 아니다. 같이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노총은 지난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상정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언제쯤 민노총은 이러지 않고 말로 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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