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2019년 3월 11일의 수습일기

A는 오토바이를 좋아한다. A가 비장애인이라면 오토바이 자료를 수집하고, 돈을 모아 오토바이를 살 것이다. 하지만 A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행동을 보일까. A는 오토바이를 훔칠지도 모른다. 남의 물건인 걸 알면서 나쁜 마음을 먹는 것이 아니다. 하나에 ‘꽂히기’ 쉬운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발달장애인이 범죄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가지에 집착하게 되면 범죄를 저지를 확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재범률이 높다는 게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명OO 과장의 설명이다.

 성범죄도 다르지 않다. 발달장애인이 성범죄 가해자인 경우는 성추행이 많다. 변호사인 명 과장은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을 만져서 형사사건으로 가는 일을 많이 봤다고 했다. 지난달 말 내가 만난 케이스도 그랬다. 명 과장은 이런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처음엔 훈방조치나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가 되더라도 나중에는 벌금형 등 실형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나 방법도 없다.

 비장애인들은 이런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역시 경찰서에서 민원인을 만나기 전까지 발달장애인의 성문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다. 만약 내가 성범죄 피해자 입장이 됐다면 또 어땠을까. 지금처럼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피해입은 사실이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OO 정책팀장은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들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왜 그런 일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지난해부터 장애인식개선교육은 법정 의무교육이 됐다. 수습들도 기획조정실 교육 기간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걸로 ‘그 사람이 왜 그랬을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이제는 비장애인도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게 할 진짜 교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