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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Jun 30. 2024

난민 외면하는 난민법

2019년 3월 27일의 수습일기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미국의 정치가 패트릭 헨리는 영국의 식민 지배에 맞서 이렇게 외쳤다. 26일 서울 종로경찰서에는 이집트판 패트릭 헨리가 있었다. 이집트 난민 OOOO OO(24)은 “일자리가 아니면 감옥에 보내달라”고 주장했다. OOOO는 왜 종로경찰서에서 이런 말을 외치게 된 걸까.


 난민법이 있는 한국의 실제 난민 인정 비율은 2%에 그친다. OOOO 역시 아직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 중 하나다. OOOO는 자신이 이집트의 군사독재정권에 반대하기 때문에 난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수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2017년 12월 한국에 정치적 난민 신청자로 입국했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학교도 못 가고, 일도 못 해요.” OOOO는 답답한 마음에 26일 오후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세종로출장소를 찾아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출입국외국인청에서는 경찰을 불렀고, OOOO는 관수파출소를 거쳐 종로경찰서에 오게 됐다. 잘못한 게 없으니 당연히 감옥에 갈 수도 없었다. 형사들이 “고 홈”을 외쳤지만 OOOO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한참의 설득 끝에 그는 임시 거처인 카톨릭 쉼터로 귀가했다.


 OOOO의 연락을 받고 온 친구들도 비슷한 처지였다. 이집트 난민 XX(21)은 “출입국관리소에 가면 경찰로 가라고 하고, 경찰에 가면 출입국관리소에 가라고 한다”며 “도대체 우리 상황은 누가 책임지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난민법은 왜 있는 거냐”며 “한국은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다. 난민법이 난민을 밀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포용하기 위한 법이라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난민 신청자들이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줘야 OOOO가 감옥에 보내달라고 주장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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