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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Apr 28. 2021

엄부자모(嚴父慈母)

2019년 2월 28일의 수습일기

엄부자모(嚴父慈母)라는 말이 있다.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으로, 아버지는 자식을 엄하게 다루고, 어머니는 자식을 깊은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부모의 성역할을 떠나, 엄함과 자애로움 어느 한 쪽만으로 아이를 키워선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엄부자모’는 적용되고 있을까. 오늘 만난 노량진지구대장 얘기를 들어보니 아닌 듯 하다. 자기 때만 해도 청소년들이 몰래 숨어 담배를 폈는데, 요즘 아이들은 지구대 앞에서 보란듯이 담배를 핀다고 했다. 그리고도 모자라 경찰이 담배를 피지 말라고 하면 “니가 뭔데”로 응수하는 일도 잦다고 했다.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아직 20대인 내 어린 시절을 돌아봐도 요즘 아이들보단 노량진지구대장의 말에 더 공감이 갔다. 엄한 아버지는 없고, 자애로운 어머니만 남았다.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면 청소년 보호법에 걸린다. 어른들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업정지 2개월에서 영업 폐쇄까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청소년이 적발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행위의 정도에 따라 선도나 보호 조치를 받을 수는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이 법을 어긴 청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청소년보호법은 1997년 시행됐다. 벌써 20년이 넘은 법이다. 법은 그대로인데, 유독 ‘엄부자모’가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지구대장은 “지금은 디지털 시대라 청소년들이 인터넷으로도 쉽게 법적 규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쩌면 지구대장 말처럼 시대가 바뀌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처벌할 근거가 없는 걸 애들도 아니까.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법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면, 그 행동을 한 청소년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이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엄한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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