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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Jul 07. 2021

성추행의 대가가 방학이라니

2019년 3월 4일의 수습일기

“3개월이면 방학이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친구에게 서어서문학과 A교수가 정직 3개월 징계 권고를 받았다고 했다. A교수는 학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 학생은 이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알렸고, 인권센터는 상담·조사·심의위원회 등의 과정을 거쳐 성추행을 사실로 인정했다. 결과는 정직 3개월 권고. 대학교 방학은 2개월 하고도 2주가 넘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A교수 특별위원회 학생들 역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했다.


 3개월이라는 기간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다. 서울대 인권센터가 내놓은 결정문을 보면서다. 결정문에는 정직 3개월이 ‘중징계’라고 써 있었다. 현행 규정상 가능한 최대치의 정직이며, 징계 결정 시점에서 부과할 수 있는 해임 전 단계의 가장 중한 징계라고도 돼 있었다. 선배의 지시를 받고 직접 인권센터에 찾아가 한 전문위원을 만났다. 전문위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에는 학내 교원 징계 규정이 별도로 없고, 직원과 학생 징계 규정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학법에 따라야 하기에 3개월은 최대치가 맞다.


 정말 3개월이 최선일까. 교수를 징계할 규정이 없는데,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규정을 만드는 게 정상 아닐까. 지난해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 사건 역시 정직 3개월로 끝이 났다. 수년간 갑질과 성폭력의 대가가 고작 3개월 간의 정직에 그친 것이다. 당시 학생들은 자퇴서를 내고, 천막 투쟁을 하기도 했다. A교수 사건으로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기자회견을 한 학생들 역시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교수들은 인권센터에 항의를 준비 중이란다. 학과장은 “학과를 뒤흔드려 하는 조력자 그룹이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누구든 벌을 받아야 한다. 어떤 문제를 저질러도 최대치가 방학 수준이라면 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립학교 교원 징계를 국공립 사원에 준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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