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원 Jun 15. 2024

5시간 동안 7번 뒤집혔다

초보자에겐 시청에 큰 무리가 갑니다

 

처음으로 한 경기에 대한 리뷰를 써본다. 시즌은 길고 야구는 별별 장면이 다 생기지만, 오늘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시리즈 2차전은 개인적인 일기 차원에서라도 생각나는 대로 한 번 끄적인다. 심지어 진 경기를 회상해야 하지만, 야구 본 지 이제야 2년 차 된 초보자에게 아주 여러모로 인상 깊었기 때문에 짧게 남겨본다.


일단 한 경기에도 온 정신에 무리가 가는 야구를 오랜 시간 봐온 팬들이 신기하다. 이렇게 살아왔다고...?


평온했던 오늘 낮



오늘 경기는 정확히 밤 9시 55분에 끝났다. 저녁 5시에 시작했으니 거의 5시간 했다. 대혼전이었다. 뒤집히고 또 뒤집히고 다시 뒤집혔다. 분명 아직 날이 훤할 때 짜파게티 끓여 와 TV 앞에 앉았는데, 끝나고 나니 밖이 새까맣다. 저녁이 삭제됐다. 5시간이면 아직 다 못 본 선업튀를 3화 정도 볼 수 있고 밖에 나가서 영화 한 편 보고 와도 됐을 시간이다. 물론 다음 주말도 집에서 이러고 있겠지만.


아무튼 롯데와 LG의 경기는 서로 물고 물리는 맞대결이 많이 펼쳐진다고 엘롯라시코라고 불린다. 스페인 축구 라이벌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부르는 엘클라시코에서 따온 말이다. 진정한 야알못 시절에도 왜인지 이 말은 희미하게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오늘 경기를 다룬 기사들


선취점을 먼저 뽑은 건 롯데였다. 하지만 LG가 1회 말 2대1로 역전했다. 2회는 양 팀 다 실점과 득점이 없었고, 3회 초엔 롯데가 다시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4회 말엔 3대3이 됐다. 5회 말에 LG가 4대3으로 앞서가더니 6회 초엔 롯데가 2점을 내며 4대5가 된다. 7회엔 다시 7대6으로 LG가 앞섰다. 쇼파 위에서도 차분하게 볼 수가 없어서 난 아직 야구 멘탈이 되긴 멀었구나 했는데, 오랜 롯데 팬인 친한 회사 선배의 대혼란이 느껴지는 카톡을 받고 야구는 오래 본 사람도 차분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8회, 롯데는 2점 LG는 1점을 내며 8대 8로 이닝을 마쳤다. 9회엔 롯데만 1점을 추가하며 결국 8대9로 롯데가 이겼다. 스포츠가 쓰라린 게 8대9로 져도 0대9로 져도 그냥 1패다. 아직 시즌이 한창이기에 이 경기 하나로 뭔가 대단히 크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앉아서 보기만 했는데도 진이 빠진다. 이러고 내일 또 경기하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싶다.


출처_네이버스포츠


야구 초보자로서 낯선 장면도 꽤 있었다. 일단 9회말 LG 오스틴 선수가 삼진 당한 순간인데 1루에서 2루로 도루하는 LG 김대원 선수를 잡기 위해 롯데 포수 손성빈 선수가 송구하려 했지만 중심을 잃은 오스틴과 부딪히며 공을 못 던졌다. 송구 방해가 아니라는 판정에 대해 롯데 김태형 감독이 항의하다 4분을 넘기며 규정상 퇴장됐다. 최근에 수비방해를 알게 됐는데 송구방해도 처음 봤다. 갈 길이 멀디 멀다. 또 모르는 용어 하나 있었는데 까먹었다.


9회 말 2 아웃


오늘 LG는 투수가 무려 9명이 나왔다. 선발 2명이 부상당한 관계로 불펜데이가 불가피했다. 내일 3차전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직접 보러 간다. 올해 열네 번째 직관이다. 이번 시리즈가 1승 1패 상황이라 내일도 분위기가 만만찮을 것 같다. 내 출입처도 마치 오늘 경기처럼 대혼란 상황이라 월요일부터 아주 일이 터질 예정이다. 내일 경기는 어찌될런가. 일단 오늘 얼른 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야구를 보다가 문득,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