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즐거움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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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열흘간 여행을 하면서 나는 항상 적당히 먹었다. 배고플 때만 먹었고 허기가 지워지면 먹기를 그만두었다. 배고픔과 관계없이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을 찾아나서고 허기와 관계없이 그릇에 담겨나온만큼을 먹어치우던 생활과 상당히 멀어졌다. 회사에 있으면 점심 먹는다는 건 식사라기보다는 휴식에 가깝다. 나는 바람을 쐬거나 밖에 나오기 위해서 밥을 먹는다. 하지만 홀로 하는 여행에 먹기는 귀찮은 미션일 뿐이다. 


2
그렇게 열흘을 생활하니 속이 편안해졌다. 소화도 잘 되었다. 그러다 어제 회식을 하느라고 과식을 했더니, 오늘 아침 바로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한의원에 다녀와서 다스려진 병증을 느끼면서 나는 왜 불필요하게 먹고 싶은 걸까, 생각했다. 나는 분명 내가 필요한 이상을 먹으려 하고 있다.


3
어떤 욕망은 반드시 다스려져야 한다. 술을 잘 마시지는 않지만 음주를 좋아하는데, 나는 음주에 대한 욕망을 최근 몇 달간 꽤나 잘 통제하고 있다. 술 마시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술 마시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공황상태가 올 것 같은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공황상태가 되느니 죽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음주의 욕구를 다스리는 건 나에게 생명유지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먹는 건 단지 '불편'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 잘 통제되지는 않지만 이것 역시 나에게 다스려야할 욕망일 것이다.


4
친구가 20대 초반에 하고 싶은 일 열 가지를 썼는데, 그 중 대여섯개는 이루어져 있더라, 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친구는 심지어 그 리스트를 작성한 사실 조차 잊어버렸는데 리스트를 우연히 발견해서 읽어보니 그렇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앞으로 10년 뒤 되고 싶은 모습, 10년 내로 하고 싶은 일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메모장에 두 개를 적고 나니 더 쓸 것이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한 친구는 그만두고 마땅히 하고 싶은 것을 찾지못해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 어떤 욕망들은 있어야할 곳에 부재하고 있다. 


5
팀 회식을 하면서 최근 즐거운 일을 하나씩 말해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최근 만나는 이성에 대해서, 누군가는 저녁에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된 것에 대해, 나는 나의 일기를 읽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들을 하고나자 나는 그것이 모두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 혹은 매우 부족해서 강렬하게 원하는 것, 반드시 그것이 구체적으로 존재해야 그것을 했을 때 '즐겁다'라고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6
이번에 여행을 떠나는 길에 엄마는 나에게 이런저런 건강식품들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의 부탁은 꽤 강렬했다. 정확히 어떤 제품이 아니면 안되며, 엄마에게 꼭 맞는 건강식품이라서 딱 엄마가 먹어야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싸기도 하고 짐도 꽤 되었지만 나는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좋았다. 그게 무엇이었든 엄마가 강렬하게 욕망하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좋았고, 갖고 싶은 물건들에 대해 설명할 때 엄마가 무척 생기있었기 때문이다.


7
갖고 싶은 마음, 하고 싶은 마음. 욕망은 삶의 그림자 같다. 그림자가 짙다는 것은 거기에 강한 빛과 그리고 분명한 존재가 있다는 뜻이다. 흐릿해지지 않게 나의 욕망을 더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었던 일상들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좀 더 가져보고 싶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해놓으면 리스트의 한 줄을 더 채워넣을 때 나는 분명히 즐거워지겠지. 행복하게 사는 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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