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방문, 대학병원 입원이 이렇게 금방 일어날 줄이야
우리 아이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직후 열경련이 왔다. (지난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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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히 소아과에서 열경련이 와서 의료진의 빠른 조치가 가능했다.
집에서 열경련이 일어났다면 내가 대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지 상상조차 어려웠다.
해열 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아이의 체온은 계속해서 39도가 넘었다. 거기에 열이 오른 아기가 울며 보채면서 토를 했는데 토에 소량의 피가 섞여 나왔다. 열경련이 재발될까 걱정이 된 나는 119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15개월 여아, 오늘 새벽부터 발열, 아침 소아과에서 신속항원 양성 판정, 이후 열경련 있었고 해열 주사, 좌약 해열제 투약 후 한 시간 이상 39도 이상. 소량의 피가 섞인 구토. 어떻게 해야 하나요?
119에서는 거주지역 원주에 있는 원주의료원, 원주 기독병원 응급실로 전화해볼 것을 권했다. 먼저 원주의료원 응급실에 전화해서 다시 상황을 말하니 급한 상황인 것 같으니 원주 기독병원으로 전화해보라고 했다. 원주 기독병원 응급실에서는 지금은 응급실 음압 격리실이 자리가 있으나 우리가 도착하기 전 먼저 온 사람이 있어서 자리가 없다면 대기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응급실을 가기 전 순간 고민이 되었다. 만약 열이 금방 떨어지지 않으면 입원까지 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입원을 하게 되면 아이도, 부모도 힘들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숱하게 들어왔다. 고열로 응급실에 가더라도 해열 주사(또는 해열제), 수액 말고는 별도의 큰 처치도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순간 집에서 열이 떨어지길 기다려볼까도 싶었지만 아기의 열경련 모습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았다. 만약 집에서 열경련이 온다면? 119 구급차가 빨리 오지 않는다면?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음압 격리실에 자리가 없다면? 거기다 토에 왜 피가 섞여 나온 거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순간 나는 비장하게 남편에게 말했다.
응급실 가자. 입원할 수도 있으니 짐 싸자
전에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응급실을 갈 일도 있겠지, 큰 병원에 입원할 일도 있겠지. 그럴 때 의연하게 대처하자. 엄마가 너무 걱정하면 아이가 더 놀랄 테니까.
그래도 응급실을 이렇게 금방 가게 될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원주 기독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응급실 음압 격리실에 자리가 남아있었다. 보호자는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엄마인 내가 아이와 들어갔다.
응급실에서 다시 의료진에게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하고 의료진도 이런저런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아이가 임신 몇 주 차에 태어는지부터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열경련을 한 적이 없는지? 아이가 경련을 할 때 사지를 떨었는지 아님 쳐졌는지, 눈동자는 어느 방향으로 치켜떴는지 등 의료진의 수많은 질문에 순간 나는 기억을 되짚어보면서 답했다. 몇 분이나 경련했냐는 질문에 1,2분이라고 하긴 했으나 체감상 더 오래 걸렸던 것 같기도 했다.
응급실에서 수액 투약이 시작됐다. 그리고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가 이어졌다. 피검사 결과 탈수가 시작됐다며, 의사 선생님이 일찍 병원에 오길 잘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구토에 섞인 피는 아무래도 신속항원검사 때 코안에 생긴 피가 나온 것 같다고 알려주셨다.
검사 결과 염증 수치도 정상이고 다행히(?) 단순한 열 경기로 밝혀졌다. 고열이 계속돼서 입원을 하고 열이 떨어지길 기다려야 하는데 원주 기독병원은 코로나 양성의 경우 중환자만 입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인근에 입원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원주 기독병원에서 전원을 다 알아봐 주셔서 바로 구급차를 타고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가 응급실 음압 격리실에 있는 동안 집에서 추가로 짐을 싸온 남편은 구급차에 짐을 싣고 나는 아기를 안은채 구급차에 올랐다. 내 품에 쏙 안긴 아기는 구급차가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다가도 이내 고열 때문에 힘든지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아이의 첫 입원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