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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다은 May 25. 2015

루앙프라방의 착한 바가지

팍팍한 삶이 한박자 쉬어가는 곳,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에 밤이 내리면 메인 도로인 시사방봉 거리에는 차량이 통제되고 야시장이 펼쳐진다. 뭔가 살 것이 없더라도 시장에서 느끼는 사람 사는 냄새가 좋아 자주 기웃거린다. 그곳에선 나는 물건 파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군것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에는 활기보다는 한가로움이 흐른다. 긴 세월 흥정이라고는 못 해봤을 것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고산족 할머니,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젊은 여인, 잠든 아이에게 부채질을 하는 어린 누이.



누구도 물건 하나 더 팔아보겠다고 달려들지 않는다. 물건에 가격표를 붙여놓지 않았지만 그들이 불러주는 가격은 왠지 수긍이 간다. 속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정직한 가격 같기도 하고, 좀 속여도 괜찮을 텐데 싶은 착한 가격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모로코를 여행할 때가 떠오른다. 모로코의 상점에서도 가격표 따위는 구경도 못 해본 건 마찬가지이지만, 상인들이 가격을 부를 때면 매번 제대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슈퍼마켓에 세 번이나 들러 같은 과자를 샀는데, 갈 때마다 매번 가격이 달랐다. 불안한 정세에 출렁이는 환율이나 유가보다 더 높게 널뛰기 하는 과자 값에 매번 어이가 없었다.



그와 달리 루앙프라방의 시장에서는 왠지 속아주고 싶을 만큼 착한 얼굴로 그럴 법한 가격을 부른다. 그럴 때면 사지도 않을거면서 물어본 게 괜히 미안해진다. 혹시라도 무언가 사야 할때는 그들이 처음 부른 가격에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얕은 흥정 따위 하지 않고 그들의 '착한' 바가지에 착하게 속아주고 싶다.



> 루앙프라방의 야시장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은 다채롭다. 라오스를 배경으로한 한 폭의 수채화도 팔고, 고산족 할머니가 직접 만든 수공예품도 팔고, 이런저런 옷가지와 액세서리도 판다. 좌판에 쭈그리고 앉아 이런저런 물건을 보다보면 금새 밤이 깊어간다.
> 라오커피

라오스에서 직접 생산된 라오 커피(Lao Coffee)는 팍송(Pakxong) 커피라고도 불리는데 팍송은 남부지방의 커피 생산지 이름이다. 라오스에 커피가 처음 도입된 것은 프랑스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1910년대이다. 라오 커피는 에스프레소처럼 매우 진하고, 연유를 듬뿍 넣어 마시므로 핫초콜릿처럼 달콤하다. 루앙프라방 야시장 노점에서는 한 잔에 5천 킵(약 700원)에 맛볼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첫 휴가, 동남아시아>의 일부를 발췌하여 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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