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어?
마트를 아무리 둘러봐도 먹고 싶은 게 없던 나는 점심식사로 요플레 하나를 골랐다. 우리나라 비요뜨와는 생김새는 다르지만, 요플레에 초코칩을 섞어 먹는다는 점이 비슷한 그 요플레 하나만 마음에 들더라.
집에 와 요플레 뚜껑을 여는데, 뚜껑의 하얀 부분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요플레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뚜껑에 묻은 요플레를 핥아먹으면서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 뚜껑을 핥아먹는 것도 4년 만이니 그럴 수밖에.
일본에서 살면서 사소하면서 신기했던 것이 바로 요플레 뚜껑이 깨끗하단 점이었다. 장바구니에서 아무리 뒹굴어도 항상 뚜껑은 깨끗했던 것이 핥아먹는 재미는 사라졌을지언정 버리는 부분 하나 없이 깨끗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 마음에 들었다.
일본은 이런 사소한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컵라면 비닐을 벗기기 쉽게 밑바닥에 스티커가 붙어있고 일회용 젓가락에는 이쑤시개가 같이 들어가 있었다. 가게 점원은 비가 오면 쇼핑백 위에 투명 비닐을 한번 덧씌어주고, 무거운 물건을 사면 손잡이에 얇은 스티로폼을 덧대 손이 안 아프도록 배려해 주었다.
상품부터 서비스까지, 유/무형의 모든 것에 고객을 위한 배려가 녹아져 있었다.
그런 상냥함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하얀 요플레 뚜껑을 보면서 새삼 일본이 아님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영국임을 깨닫게 되었다.
런던은 성당이 어찌나 많은지 자정인 지금도 첨탑의 종소리가 들리는 것이 성당조차도 도로 위의 무분별한 무단횡단과 같이 무질서 속에 있나 보다.
나는 과연 이곳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오늘도 떠난 지 4일밖에 안된 일본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오랜만에 핥아먹은 요플레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