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짧은 글: 240317
작년 연말 쯤에, 퇴사를 앞두기 + 2월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마지막 일탈로 대만에 다녀온 적이 있다. 코로나 이후의 첫 여행으로 만 4년만의 여행이었다. 모든 순간을 즐기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은 바로 책이었다.
책은 보통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도 골라 읽지만 그냥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시선이 닿는 책을 무작위로 골라 읽는 경우도 많다.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도 그렇게 발견하고 빌리게 된 책이었다.
여행 길에 읽은 책은 웬만하면 짧은 에피소드들도 이어진 단편 집이나, 아니면 몰입감이 좋은 소설책 위주로 챙겨간다. 특히 이번 여행은 내가 약간 가이드 느낌으로 여행 루트를 다 짜고 길안내, 여행 일정, 돈 관리를 모두 맡기로 해서 긴장도가 조금 있는 편이라,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을 듯한 책으로 단편 단편으로 구성된 책을 골랐다. 그렇게 꽤나 두툼한 이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를 들고 비행기에서부터 대만 입국 후 공항철도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읽는 내내 내 마음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말그대로 별다를 것 없는, 작가의 일상을 매일 매일 한페이지의 짧은 이미지 그림과 글을 써서 1년치를 모아 책으로 낸 것. 글과 그림을 창작하는 작가의 특별한 삶도 약간은 엿볼 수 있지만 그 외에서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누구나 겪는 불안에 대해서, 우울감에 대해서 등 우리네 인생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것 같아서 뭔가 나도 하고 싶어졌다. 매일 쓰는 글, 매일을 남기는 습관.
매일매일 마감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것도 사실은 내가 뭐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도 아니니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적을, 아니 없을테니 오로지 자기 만족만을 위해서 한다니, 그 지속력과 원동력을 계속 끌어내기란 정말 쉽지 않다.
지금 이제 3개월차, 나름 하루의 마무리에 "아, 오늘치 글을 써야하는데"라고 가벼운 습관정도를 만드는 수준으로는 성공했지만 그냥 의미없는 성실함만으로 과연 이 행위가 의미가 있을 지도 가끔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어찌되었던 올 한 해는 채워보려고 한다. 뭐가 됐든 그래도 매일, 뭔가를 끄적이는 삶. 아직까지는 나쁘지는 않은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