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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석 Jun 04. 2023

#26 숭고하다

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John Coltrane 존 콜트레인

<A Love Supreme>


숭고-하다 「형용사」 뜻이 높고 고상하다.



마흔에 요절한 천재를 아시오?


그러니까 존 콜트레인 말이다.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 등 스물일곱에 꺾인 요절의 아이콘들에 비하면 이른 나이도 아니지만, 짧은 활동 기간 하드밥부터 모달재즈, 프리재즈까지 두루 섭렵한 커리어를 생각하면 엄청난 밀도의 삶이요 애석한 죽음이다. 그가 살아있다면 재즈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덧없는 기대를 한 팬들은 지금껏 얼마나 많았을까. 



64년작 <A Love Supreme>은 존 콜트레인 말년의 프리재즈 앨범이다. 당시 종교에 심취한 탓에 영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분위기가 짙다. 제목 ‘최고의 사랑’은 절대자에 대한 그의 헌신과 믿음을 드러내는데 트랙 제목도 각각 심경 변화를 나타내는 Acknowledgement(인정), Resolution(결심), Pursuance(수행), Psalm(찬송가)이다. 앨범 타이틀부터 제목까지 심오하지만 무질서한 프리 재즈와 달리 비교적 리듬과 멜로디 라인이 단순해 듣기에 거부감이 적다. 


청취자에게 보내는 존 콜트레인의 편지가 적혀있다. 


쿼텟의 작품이지만 존 콜트레인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그는 약 32분간 엄숙한 의식을 집전하는 사제다. 피아노의 맥코이 타이너, 드럼의 엘빈 존스, 베이스의 지미 개리슨은 모두 집사처럼 존 콜트레인의 메시지만을 기다린다. 위엄 어린 색소폰은 과거 <Giant Steps>에서 선보인, 코드를 잘게 이어 붙여 속도감을 배가시킨 속주 없이도 집사들의 그야말로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신도들을 황홀경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다 같이 힘을 뺄 때, 단조롭게 흘러나오는 색소폰 소리에 비로소 듣는 이들이 고양된다. 재즈로 빚는 신비 체험이다.



무지에서 영적인 삶으로 나아감에 대한 수용과 인정, 영적 이해를 위한 여정에의 헌신과 결심, 영적 경험을 위한 인내와 수행, 발견과 깨달음으로부터 나오는 찬송. 앨범 <A Love Supreme>과 네 트랙은 종교적 힘으로 약물로 점철된 삶을 극복하고 새로이 출발하는 존 콜트레인의 감사와 의지를 담았다. 그래서일까 듣노라면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을 떠올리게 만든다. 신묘한 힘을 지닌 한 편의 제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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