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위한 형용사 사전
Pat Metheny Group 팻 메스니 그룹
<Offramp>
또렷-하다 「형용사」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않고 분명하다.
오랜 시간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재즈는 1960년대 후반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한평생 여러 차례 재즈 역사의 변곡을 가져온 인물 덕분에 록이라는 다른 장르와 성공적으로 만난다. 매끄럽고 영롱한 전자 악기 소리와 그 자유로운 증폭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청각적 쾌감이었다. 다른 장르 및 연주와 교류하며 재즈는 새로운 사운드 미학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른바 퓨전 재즈의 시작이다.
팻 메스니 그룹의 82년작 앨범 <Offramp>는 퓨전 재즈, 혹은 일렉트릭 재즈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Offramp’의 사전적인 의미는 고속도로 등에서 벗어나는데 이용되는 차선이다. 제목처럼 팻 메스니는 당대 주류 퓨전 재즈에서 빠져나가는 독자적인 길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앨범 커버에 그려진 노란색 좌회전 표식은 꽤 급격히 구부러져있는데, 일단 믿고 따라오라는 듯 당차다.
앨범 <Offramp>에서 팻 메스니는 향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기타 신시사이저를 연주한다. 이는 당시 대중화된 악기가 아니었던 만큼 전자 음악에 대한 그의 실험 정신과 자신감을 보여준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소리들로 만든 7개 트랙에는 무지개처럼 각기 다른 7가지 스토리텔링이 있다. 편성이나 소리 질감이 전반적으로 퓨전 재즈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트랙마다 클래식, 뉴에이지, 월드 뮤직, 라틴, 프리 재즈 등 양념이 묻어있어 듣는 맛을 더한다.
2번 트랙 <Are You Going With Me?>는 기타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정수를 보여준다. 라일 메이스가 수놓은 보사노바 풍 키보드 멜로디와 댄 고틀립의 정직한 드럼 위에서 나지막이 연주하던 기타 신시사이저는 중반부터 날카롭게 울부짖는다. 지킬 앤 하이드의 독백처럼 같은 이의 다른 두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영리한 전개와 치밀한 즉흥 연주가 일품이다. 서정성이 돋보이는 3번 트랙 <Au Lait>에선 어두운 밤 들판 저 멀리 바람 불어 조용히 나부끼는 나무가 떠오른다. 펫 메스니의 반가운 기타는 불안한 어둠을 쫓는 새벽처럼 찾아오고, 오르락내리락 몽롱한 멜로디가 반복될 때면 나긋한 안도감에 취한다.
앨범 <Offramp>는 그래미 상을 수상했을 만큼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퓨전 재즈 주류에 대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단 신선함과 높은 음악적 완성도 덕분이었다. 팻 메스니와 그의 그룹 일원이자 영원한 파트너였던 라일 메이스, 둘의 작품은 재즈를 위한 영원한 이정표로 남아있다. 82년 이후 재즈로 가는 길목에서 노란 좌회전 표식은 반드시 마주치게 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