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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어떻게 생각하세요?

방탄소년단 RM이 좋아하는 작품이 아닌 I'M이 좋아하는 작품

by 초록해

셀럽 출입금지

애호가는 환영


3월 진행된 화랑미술제에서 갤러리신라는 다른 갤러리 부스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셀럽 출입금지, 애호가는 환영'이라는 글귀와 함께 3가지 질문에 'YES or NO'로 대답할 수 있도록 컬렉터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 셀금애환

1. 전시를 찾아가거나, 작품을 구매할 때 "셀럽"들의 선택에 영향을 받은 적이 (있다 / 없다)

2. "셀럽"들은 우리들보다 더 좋은 취향과 미술사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 없다)

3. 우리는 "셀럽"들의 취향을 알게/모르게 권유받고/따르고 (있다 / 없다)


우리는 왜 우리의 취향을 타협하는가?

( )


질문지에 답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컬렉팅 하는 작품들도 진짜 내가 좋아해서 구매하는 것일까? 내가 믿는 누군가가 좋은 작품이라고 해서 좋아 보이는 것일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있긴 한걸까?


"이 작품 너무 좋다 그렇죠? 이 작품 어떤 부분에 마음이 흔들리셨어요?"

"그 작품 방탄소년단 RM 미술작품 인스타 아카이브에서 봤는데, 방탄 RM이 인정한 거면 말 다한 거 아니에요?"


1.PNG




RM이 아닌

I'M이 좋아하는

작품을 찾자


나는 미술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자주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내가 알지 못했던 작가를 알게 될 수도 있고,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미술 관련 지식을 앞서 미술작품을 많이 경험했던 분들에 의해 배울 수 있기도 한다. 최근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새로운 카페 회원들이 그곳을 많이 방문한다. 그리고 심심치 않게 이런 글들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제가 이 작품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금번 화랑미술제 '셀금애환'에서도 사람들은 '우리는 왜 우리의 취향을 타협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이 없어서, 잘 모르니까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 내가 진짜 원하게 뭔지 몰라서, 남들이 좋다고 하면 좋아 보여서' 라고 답했다.


2.PNG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며 카페에서 올라왔던 위와 같은 질문도 "불특정 다수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몇 년 전 미술 작품을 보러 다니게 되었던 것도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오롯이 좋아할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비난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만 아는 나만의 작품 취향을 다져나가는 것이 행복했다.


3년 전 코로나19로 주식이 흥했고, 2년 전 주식에 이어 코인이 흥했고, 1년 전 코인에 이어 미술작품과 NFT가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이번 연도에는 어떤 것이 주목을 받게 될까? 대중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나의 선호가 아닌 대중의 선호로 미술 작품을 사게 되었을 때, 나는 오랫동안 그 작품과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린 때론 나도 모르게 나의 취향을 대중과 타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그 취향을 대중이 아닌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 내가 더 오래 미술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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