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갤러리에 전시를 보러 다닌 것은 불과 3~4년밖에 되지 않았다. 몇 년 전 아트페어를 데리고 가준 매형과 누나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도 갤러리를 다니지 않았을 것 같다.
"이건 몇 호짜리 작품이야?"
"아마 50호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매형과 누나는 아트페어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몇 호, 몇 호라고 이야기하면서 작품을 보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그 때는 '호'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멋져보이기도 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 크기가 되어야 10호? 20호? 가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분명 눈앞에 보이는 두 작품이 가로, 세로 크기가 다른데 "둘 다 10호 정도 되겠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당황했던 그 때를 잊지 못한다.
호는 캔버스 규격을 가리키는 말로, 19세기 중후반 무렵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 도입돼 현재까지도 국제적인 관례로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마다 규격의 차이는 조금씩 있다. 특히 회화 작품을 거래할 때 그림의 단가를 매기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작품 호당 단가가 어떻게 돼?"
"아. 그 작가님 호당 단가는 10만원이야~!"
그림의 형태에 따라 같은 호수에서도 크기와 면적에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림의 형태에 따라, 인물형/풍경형/해경형/정방형 등 총 4가지로 나뉘게 된다.
같은 30호를 볼 때 인물형은 90.9 X 72.7, 풍경형은 90.9 X 65.1로 다른 면적 차이를 보인다. 이에 호수와 크기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기에 어떤 갤러리에서는 호당 가격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기도 한다.
사실 알고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인데 이 분야에 처음 접하다 보면 새로운 것들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우리가 어릴 때 새로운 분야를 처음 해보게 될 때 다 똑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잠깐이라도 이 글을 보고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쉽게 느껴진다면 그걸로 참 만족스러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