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7년 차. 3년 단위로 온다는 위기가 나에게는 매년 왔었고 7년 차인 이번 해에는 조금 더 세게 왔다. 회사로 출퇴근하는 것이 힘들기 시작했고, 현재의 이곳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무의식적으로 들어가는 블라인드 속에는 회사의 욕들로 가득했고, 그중 80% 이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렇게 주변의 내 또래 동료들이 이직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도 이러다 도태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이직은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다. 모든 광고에서도 이직을 권유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나 또한 그 시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리멤버 커리어, 잡코리아, 사람인 등에 내 이력을 올려두니 시도 때도 없이 이직 제안이 속출한다.
"7년 차, 가장 써먹기 좋은 때다."
그렇게 가장 써먹기 좋을 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 때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렇게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회사를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즉흥적으로 결정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면접의 언저리에 오게 되면 불현듯 생겨나는 즉흥성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렇게 나는 이직할 회사에 자소서를 냈고, 이런저런 테스트 후 면접을 보러 갔다. 현재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회사 사옥에 가서 면접을 본다는 것이 어색했다. 관계회사의 직원들과 미팅을 할 때는 떨리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는 공간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떨렸다. 면접을 들어가자마자 입이 바싹 말랐다.
경력 면접이다 보니 내 경력을 위주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태도적인 부분을 강조하던 신입사원 면접과는 달리, 경력직 면접은 내가 7년간 실시했던 경력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내가 현 회사에서 경험했던 업무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게 한동안 업무적인 내용이 마무리될 때쯤 면접관이 이렇게 말했다.
"지원자분은 우리 회사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출퇴근시간입니다."
"출퇴근 시간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나요?"
육아를 하게 되면서 현실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현 직장의 출퇴근 시간은 왕복 4시간 이상인데, 면접을 본 회사는 왕복 1시간 20분이면 가능했기 때문이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이 질문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리고 출퇴근시간이라고 말하게 되면, "단지 이유가 출퇴근 시간 밖에 없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것도 알고 있었다.
50분 정도 면접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무작정 떠나고 싶었던 현재 회사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직 준비하기 전에 미리 느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에서라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연봉, 직무, 현재 회사에서의 업무 숙련도와 같이 눈에 보이는 절대적인 비교가 아니었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아래 2가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현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접근하고 나니 블라인드에 있는 내용은 내 거처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블라인드에 있는 이야기들은 아주 공감이 간다)
1) 내 직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2) 회사 이외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면접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네. 출퇴근 시간 이외의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