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오늘도 새벽 5시가 되어 눈을 뜬다. 아들이 잠을 설치는 날이면, 나도 어김없이 잠을 설친다. 아들의 기침소리가 이어지면 나는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아들의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옆에 누워, 아들의 이마에 손을 대어 본다. 다행히도 열을 나지 않는다.
"출근할 수 있겠군."
최근 10년 동안 갔던 병원의 숫자보다 올해 병원을 간 횟수가 더 많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회 정도는 꾸준히 소아과를 방문한다. 세상에 이렇게도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왜 저출산 국가라고 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병원이 많이 없고, 병원 숫자에 비해 아이들이 아픈 빈도가 많아서 그런가 싶다. 병원 앞 대기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자주 오는데도 아들은 의사 선생님의 하얀색 가운만 봐도 반사적으로 눈물을 흘린다.
"아들아,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벌써 회사를 다닌 지 7년 차가 되었다. 매년 연차를 다 써보지도 못하고 소진했었는데, 올해는 연차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입사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연차 사용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급하게 연차를 쓰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이번 연도에 정말 쉬려고 연차를 쓴 적이 한 번도 없고, 모두 다 아이가 아파 어린이집을 가지 못해 연차를 쓰게 된 경우다. 이 어린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것과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는 이 아이가 더 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여행다운 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아들 덕분에 나도 연차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연말까지 몇 개의 연차가 더 남아있지만, 언제 아이가 아플지 모르기에 함부로 쓸 수 없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들이 나에게 쉼을 선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아들에게 고마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