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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Sep 20. 2023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이 연차를 쓰는 이유


어김없이 오늘도 새벽 5시가 되어 눈을 뜬다. 아들이 잠을 설치는 날이면, 나도 어김없이 잠을 설친다. 아들의 기침소리가 이어지면 나는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아들의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옆에 누워, 아들의 이마에 손을 대어 본다. 다행히도 열을 나지 않는다.


"출근할 수 있겠군."



최근 10년 동안 갔던 병원의 숫자보다 올해 병원을 간 횟수가 더 많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회 정도는 꾸준히 소아과를 방문한다. 세상에 이렇게도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왜 저출산 국가라고 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병원이 많이 없고, 병원 숫자에 비해 아이들이 아픈 빈도가 많아서 그런가 싶다. 병원 앞 대기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자주 오는데도 아들은 의사 선생님의 하얀색 가운만 봐도 반사적으로 눈물을 흘린다.


"아들아,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벌써 회사를 다닌 지 7년 차가 되었다. 매년 연차를 다 써보지도 못하고 소진했었는데, 올해는 연차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입사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연차 사용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급하게 연차를 쓰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이번 연도에 정말 쉬려고 연차를 쓴 적이 한 번도 없고, 모두 다 아이가 아파 어린이집을 가지 못해 연차를 쓰게 된 경우다. 이 어린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것과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는 이 아이가 더 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여행다운 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아들 덕분에 나도 연차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연말까지 몇 개의 연차가 더 남아있지만, 언제 아이가 아플지 모르기에 함부로 쓸 수 없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들이 나에게 쉼을 선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아들에게 고마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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