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문과이긴 합니다만..
언뜻 움트는 봄꽃 몽우리를 보며 나는 2020년이 다가오는 사실이 마땅치 않았다. 2020년이 온다는 건 내게는 변화를 의미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은 참으로 꾸준했고, 어느덧 새해의 4월을 맞는다. 그때보다는 많은 걸 내려놓아 마음이 한결 편해진 나는, 한국에서 ‘서른 셋’이라는 나이와 ‘취준생’이라는 위치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소위 말하는 막차를 타고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고 한국으로 갈 날들이 다가오자 나는 별별 것들이 다 불안해지기 시작했었다. 내가 한국에서 다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내세울 기술 하나 없는 인문대 졸업생인 데다 컴맹에 길치, 기계치. 트렌디함 없음. SNS 안 함. 유창한 제2외국어 없음. 그동안 경력은 끊기고, 나이는 들어버렸는데? 게다가 전과는 다른 일을 하려 했기 때문에 고민은 깊어 갔다.
하지만 뭐 어쩌랴,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힐 일 밖에 없으니, 그동안 호주에서 쌓은 잉여력을 그러모아 죽이든 밥이든 지어보는 수밖에. 그리고 기왕 지을 거라면 빛 좋고, 향 좋고, 몸에도 좋은 영양밥을 내어 나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어필하자고,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으니 상황 판단 못한 근자감까지 피어올랐다.
"잘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이 글은 인문대졸 서른셋 경단녀가 취업 시장에서 자신의 쓸모를 전투적으로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해 기민하게 한 자리 차지해 보려는, 원대한 포부가 담긴 나의 취업분투기이다.